7세대 LCD 라인의 국내 대형 투자가 마무리된 상황에서 대만 등 해외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찾던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계가 엔화 약세 등 외부환경 악화로 비상이 걸렸다.
엔화가 최근 100엔당 900원 이하로 떨어져 일본 장비 업체가 반사적으로 가격인하 효과를 누리게 되면서 국내 업체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장비 업체의 시장공략에 중요한 무기 중 하나였던 가격 부문의 강점이 상쇄된 것.
특히 LCD 분야는 일본 기업도 한국 업체에 빼앗긴 대만시장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 공략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는 생산성 향상과 신개념 장비, 적극적 고객 대응 등으로 시장 돌파에 주력할 방침이다.
◇앉아서 당한다=원·엔 환율은 2004년 말 100엔당 1012.07원이던 것이 2005년 말 859.90원에서 1월 말 824.94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다소 올라 830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가 20% 정도 약해지면서 일본 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대만 반도체·LCD 업체도 같은 가격이면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일이 많아 국내 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만 LCD 업체가 대금의 20%는 라인 완전가동 승인이 난 후에 지급하는데다 그나마 1년 가까이 지급을 끄는 관행을 유지하는 것도 장비 업계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현황=국내 한 반도체 검사장비 업체는 일본 업체가 5억5000만원에 공급하는 장비를 5억원에 납품할 계획이었으나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가 최근 5억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 제시하는 바람에 곤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가 20% 정도 하락하면서 국내 업체는 원가를 그 이상 줄여야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작년 4분기 이후 수출 공시도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만 LCD 업체 관계자도 최근 국내 장비 공급사가 모인 자리에서 “엔화 약세로 한국 제품의 이점이 사라져 실제로 한국 제품 구매가 줄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력으로 승부=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국내 장비 업체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대만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장비 업계 수출이 사실상 중단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장비 업계는 기술력을 앞세워 일본 업체의 가격 공세에 맞서고 있다.
유비프리시젼(대표 김정곤)은 대만 LCD 업체 CMO에 초소형정밀기계기술(MEMS) 방식의 LCD 검사장비용 프로브유닛(MGU:MEMS Guide Unit)을 수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회사는 드라이버IC의 사용 개수가 줄어들며 개별 IC의 정밀도는 늘어나는 추세에 대응, 칩온글라스(CoG) 방식 패널의 미세 피치 대응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여 일본 업체가 장악한 대만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김정곤 회장은 “일본 업체에 비해 협피치를 구현하고 고객 대응도 서두른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디엠에스(대표 박용석)는 타사 제품보다 자리를 적게 차지하는 고집적 장비가 강점. 이 회사는 고집적 현상기·세정기를 앞세워 대만의 주요 LCD 업체들에 7.5세대 및 6세대 제품을 공급했다.
탑엔지니어링(대표 김원남)은 여러 생산 단계를 하나로 집적하고 제품 프레임을 주물에서 조립으로 바꿔 운송비를 줄이는 등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