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숙 헤리트 사장(43)의 첫 느낌은 참 부드럽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임직원이나 고객사와의 충돌이나 마찰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한 사장과 긴 시간 대화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강인함과 당찬 구석이 있음을 느낀다.
그가 말하는 창업 동기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14년 동안 연구만 했습니다. 그러다 어차피 연구개발을 할 것이라면 내가 원하는 것을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솔직히 별 생각없이 창업을 했습니다.” 한 사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잘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는데 자신과 딱 맞는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한국 최고 R&D기관의 촉망받는 연구원과 신생 중소벤처업체 CEO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 2000년 창업한 후 대기업을 대상으로 영업할 때 경험했던 어려움 중 하나. “예상치 못했는데 고객사가 (여성 CEO를) 불편해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심지어 ‘어떻게 여사장과 사업을 하냐’는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이같은 소리를 듣고 한 사장은 “여성 CEO가 일을 더 잘한다는 인식을 심어놓겠다”는 결심을 했다. 어느 정도 실천했다고도 자부한다.
한 사장은 독특한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R&D에도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 설명도 정말 그럴 듯하다. “돈이 있다면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만들 것입니다. 고객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며 그만큼 수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최근 급상승하고 있는 여성지위에 대해 오히려 우려를 표했다.
“사업가는 자기 자신의 이름을 파는 것입니다. 여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의 연속성은 사라집니다. 여성이 과대 포장되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거꾸로 화살이 돌아올 수 있습니다.”
통신망을 이용한 차세대 서비스 플랫폼 사업에 매진하고 있는 그는 사업과 관련 정부 정책에도 일침을 놓았다.
“기술은 시장이 있으면 언제나 쫓아 갑니다. 문제는 ‘규제’입니다. 새로운 융복합 서비스관련 법제도적 한계가 너무 많습니다.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일단 시장을 열어놓고 사후 문제점를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그는 아울러 “최근 정부가 정책적으로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해 볼 생각”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추천의 변-정현경 중앙ICS 사장
멋진 분이다. 업계에서 좋아하는 분들은 많지만 닮고 싶은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데 정말 닮고 싶다. 격에 맞게 행동하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대한다. 온화한 미소속에 리더십이 숨어있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같이 일해보고 싶은 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