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는‘여배우는 나이가 들면 이름값을 한다’는 말이 있다.
경험과 관록이 붙을수록 연기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이하 정산연) 상근부회장(53)을 보면 영화계의 나이 든 여배우와 마주 앉은 느낌이다. 지난 78년 삼성전자 입사 이래 30년 가까이 정보기술(IT) 한 길을 걸어왔다. 삼성전자의 주요 요직을 거친 그는 지난 2001년 정산연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IT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도사로 발품을 팔아가며 동분서주하기를 5년여. 그는 지난 10일 180여개의 회원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IT단체인 정산연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취임 일성은 통렬한 ‘자기반성’이었다. 김 부회장은 “IT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여러 전문 IT단체가 설립됐지만, 종합 민간 IT단체인 정산연은 전문단체를 아우르고 기업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급변하는 IT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를 꽉 물었다. “임직원에 혁신 마인드를 주문하고 있다. 과거처럼 앉아서 일하던 시대는 끝났다. 변해야 산다. 민간기업의 고객만족 마인드를 도입해 연합회의 주인이자 고객인 회원기업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에 힘을 쏟겠다.” 삼성전자에서 전략마케팅을 담당했던 경험을 십분 발휘할 모양이다.
김 부회장의 수완은 정평이 나 있다. 정산연 9대 회장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후임으로 아무도 나서지 않자 하루가 멀다하고 IT기업을 찾아다녔다.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으로 위기경영에 돌입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가 선뜻 정산연 회장을 수락할 리 만무했다. 그는 삼고초려끝에 10대 회장으로 김인 삼성SDS 사장을 추대했다. 그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김 사장이 정산연 회장을 맡은 것만으로도 뉴스거리였다.
그의 수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오는 2008년까지 정산연을 종합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민간단체로 만들 계획이다. 정산연은 올해 1단계로 △IT산업 현안에 대한 정책 방향 제시 및 전략 수립을 위한 정보제공 △IT 시장 확대를 위한 마케팅 지원 및 국내 IT기업의 글로벌화 추진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 및 미래 첨단분야 프로젝트 발굴 지원 △회원사 및 IT산업계를 위한 서비스 강화 등을 골자로 사업을 추진한다.
김 부회장은 “정산연은 창립 30주년을 맞는 2009년을 기점으로 유비쿼터스 시대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고 관련시장을 육성, 확대해 글로벌 u코리아로 뻗어갈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IT 무대에서 펼쳐질 그의 연기가 궁금하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정동수기자@전자신문, ds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