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앞지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 게임 시장의 지형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신호탄이다.
우선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개발·상용화했고 기술 우위에 서 있는 온라인게임이 세계 게임 시장에 먹히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른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온라인게임이 북미나 일본 등 해외 시장에서 ‘메이저 플랫폼’ 입지를 굳히며 향후 무한 성장을 향한 궤도에 올랐다는 뜻도 담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눈에 보이기 시작한 해외 매출 성과를 게임산업 동력으로 끌어안으려면 여전히 비생산적인 수출 관행을 글로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계약 방식의 수출에는 거품 많아=그동안 대부분의 게임 업체가 해외 수출시 활용해온 외국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방식은 수출액 규모나 향후 매출 인식 등에서 터무니없이 부풀려질 소지를 안고 있다.
리서치기관의 평가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업체로 들어오는 돈은 발표된 수출액의 고작 20∼30% 선에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 온라인게임의 세계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정부까지 나서서 수출 핵심 산업으로 부르짖고 있는 이때, 수출액이 실제에 비해 2∼3배씩 부풀려지고 있는 것은 산업 성장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현지화가 편하고 시장에 진입하기 쉽다는 이유로 현지 파트너와의 계약 방식으로 진출하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지만 이것이 되레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격적인 현지 진출과 연결 매출 필요=엔씨소프트는 지난해부터 해외 연결 재무제표를 발표해오고 있다. 북미·유럽은 물론이고 일본·대만 등까지 외국 현지 매출이 모두 전체 매출로 수렴된다.
최근 중국에선 시나닷컴과 함께 설립했던 합작법인 엔씨시나의 지분을 전량 인수해 아예 자회사인 엔씨차이나를 세웠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엔씨가 현지에서 만들어 직접 현지에 공급하는 구조로 가져 가는 것이 전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 대응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러한 강력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엔씨소프트는 최근 북미지역 온라인게임 시장 점유율에서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SOE)를 제치고 2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국내·해외 매출 분리 통계화 시급=정부나 게임산업개발원 등 기관에서 검증한 정확한 수출 데이터가 집계돼야 한국 게임 산업에 대한 국내외적인 투자 공신력과 산업 지원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여전히 국내에는 온라인게임의 해외 시장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기초적 데이터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나 각 업체 매출, 수출액이 합산될 뿐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이 나뉘어져 산출되지 못하고 있다.
수출액조차 업계에서 발표한 내용인지, 국내로 들어온 정확한 금액인지 어느 누구도 확인을 못 하는 형편이다.
장르별 국내 매출과 해외 매출은 글로벌 시장을 헤아리는 기초 자료다. 업계와 기관이 공동으로 나서서 온라인게임의 해외 매출 성장성을 제대로 가늠해 봐야 할 때가 됐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