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 구매 혁신방안이 지난 24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발표됐다. 업계는 이 방안에 일제히 기대감을 보이며 정부의 후속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본지는 이에 29일 SW업계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정부의 혁신방안에 대한 긴급 토론회를 갖고 현장에서 느끼는 반응과 향후 보완책들에 대한 심도깊은 의견을 들어봤다.
◇참석자
강재화 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장
김병국 티맥스소프트 사장
김병수 정보통신부 과장
김현수 SI학회장
신석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센터장
유영민 LG CNS 부사장
조풍연 GS인증사협의회장
지석구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단장(가나다 순)
※사회=김경묵 전자신문사 부국장
◇사회(김경묵 전자신문사 부국장)=이 자리는 24일 개최된 보고대회를 통해 나온 정책을 어떻게 집행하고, 또 보완할 사항은 없는 지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정책발표 직후 전자신문이 긴급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업계의 기대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번 정부 정책의 보완사항과 또 실효성을 높일 방안이 있으면 이야기 해 달라.
◇김현수(SI학회장)=SW라는 한 주제, 그것도 공공구매라는 깊이 있는 주제에 대해 대통령이 직적 관심을 가지고 지시를 했다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현실성 있는 적용을 위해 모니터링 체계까지 지시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최고 책임자의 이 같은 의지에 발맞춰 제대로 된 실행을 이뤄내는 것이 남은 과제다.
◇김병국(티맥스소프트 사장)=정통부가 가장 역점을 두고 개선에 나설 SW 분리발주는 공공구매 혁신이라는 전체 주제와 같은 무게다. SW 가치를 제대로 보호받고, 제값을 받기 위해서는 분리발주를 통해 왜곡된 시장 지배구조를 없애야 한다. 특히 분리발주와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이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분리발주의 적정성 여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에 대해 세부적인 주체를 결정해야 한다. 방안에서는 예산수립기관에서 이를 담당하는데, 이것을 실행부서까지 연결하도록 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강재화(공공부문발주자협의회장)=그동안 협의회 차원에서 개선하려 노력한 많은 내용들이 방안에 녹아 있어 보람을 느낀다. 이제 이러한 방안이 발주자들에게 전달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비롯,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업무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분리발주도 기획예산처에서 예산집행지침에 분명히 명시를 해주면 발주자들은 이를 따르게 된다. 일부 상세한 내용까지 담기가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제도화 되면 발주처에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유영민(LG CNS 부사장)=정부가 마련한 내용을 보고 우선 든 생각은 정부가 발로 뛰며 현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의견을 듣고 확인한 흔적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곧 해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에 접근했다는 것으로 풀이돼 고무적이다.
분리발주가 이번 혁신방안의 핵심이 되는데 분리발주의 동기는 SW강국으로 가기 위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가장 손쉬운 곳에 적용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시장을 비롯해 해외시장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아쉬운 것은 이 같은 의미를 제쳐두고 마치 중소 SW업체와 대기업이 대결하는 구도를 해결하는 쪽으로 분리발주가 인용된다는 것이다.
특히 분리발주가 왜곡된 지배구조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논리로 적용돼서는 곤란하다. 분리발주가 SW강국을 만들기 위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돼야 한다.
◇김병국=분리발주는 지배구조가 잘못된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하드웨어와 SW를 분리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 SW업체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찾자는 것이다. 이것이 전체 SW산업을 발전시키는 근간이다.
◇사회=앞서 밝혔듯이 이번 좌담회는 보완사항을 도출해 더욱 완벽한 방안을 만들어보자는 게 취지다. 혁신방안에서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말해 달라.
◇조풍연(메타빌드 사장)=지난 10년동안 말로만 했던 SW 육성방안과 달리 실제로 크게 변화를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준데 대해 감사한다. 발주과정에서 보면 발주자는 효율성으로, 수주자는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발주자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공급업체 역시 수익성이 저하된다.
문제는 발주 시 RFP(제안요청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분리발주도 규격이 정확해야 가능하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패키지SW는 많아야 400∼500개 정도다. 이 가운데 빈번히 사용되는 것은 20∼30개다. 그렇다면 이들 제품에 대한 규격화가 가능하지 않은가. 또 분리발주에는 가격이 중요한 변수다. 제품가격, 설치비, 교육비 등이 세분화돼야 한다. 방안에서 일괄발주의 경우 GS인증제품 도입과 컨소시엄 구성에 5점의 가산점을 주는데 실효성을 위해서는 이를 10점으로 올려야 한다.
◇강재화=발주인력 전문성 강화는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항이다. 지난해에도 대통령이 인력 증원문제를 언급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현장에서 발주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업무를 제대로 처리할 시간이 없다. 때문에 적정인원을 보강해야 한다. 그러면 업계가 원하는 것에 대해 발주자가 심도 있게 검토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관련부처와 법이 새롭게 만들어졌지만 전문인력에 대한 증원은 없었다.
◇지석구(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단장)=유지보수요율에 대한 의견이 많은데 선진국은 대체로 20% 전후, 혹은 24%까지 책정한 곳도 있다. 국내에서는 예산편성지침에 10∼15%로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진흥원이 정통부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10% 미만으로 주는 공공기관이 무려 56%에 이른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발주자가 예산편성지침을 적극 반영하도록 홍보를 강화할 예정이다. 예산편성지침의 내용을 모르는 곳도 많다. 또 발주자협의회와 분기별로 만나 개정된 발주지침에 대한 안내와 함께 이에 대한 적용을 독려할 예정이다.
◇신석규(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센터장)=분리발주가 모두가 원하는 바지만 이를 공공시장에 적용하는 데 여러 제약이 있다. 이를 무조건 SW산업 육성차원에서 설득할 문제가 아니다. 실제로 이를 적용할 경우 발주기관이 얻는 실익이 무엇인지를 알리고 이를 각인시켜야 한다. 또 분리발주가 단기간에 정착되기 힘들다면 통합발주 시 적용되는 평가에서 GS인증제품 도입과 컨소시엄 구성 등에 대한 가산점을 높여 분리발주와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이다.
GS인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데 GS인증제도는 출발한지 이제 5년 정도다. 5년 만에 국제적으로 통용되게 한다는 것은 어렵다. 인증제도에 대한 위상을 높여 오는 2010년에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도록 할 것이다.
◇유영민=정부가 제시한 하도급불공정거래 개선과 관련한 내용은 당장 큰 걸음을 떼기는 힘들어도 공공기관부터 시작해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대결구도라는 시각이 나타나는데 이보다는 이를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선순환을 이루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발주의 중심에는 발주자가 있다. 분리발주가 거론되는 원인은 대기업 독점때문인 것처럼 보이는데 여기에는 발주자 측의 책임도 있다. 발주자가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기업에 의존한다는 지적을 면치 못한다.
우선은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 데 함께 주력하자. 분리발주는 시장을 키우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분리발주에 따라 경쟁력 없는 업체들이 도태되는 아픔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사회=정책을 만든 실무자 입장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으로 본다. 방안에 담지 못했던 내용 가운데 고민했던 것,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가.
◇김병수(정보통신부 과장)=일본 경제과학성이 내놓은 자료를 보니, SW구매와 관련해 고민하는 부분이 분리발주와 사업규모를 나눠 발주하자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한 고민이다. 혁신방안 만들면서 가급적이면 채택되고 이행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이미 일부 제도는 예산편성지침에 반영돼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SW품질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방안마련이 부족한 것 같다. 이를 통해 생태계 조성이라든가 경쟁력 없는 기업들이 도태되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품질수준 체계를 만들어 패키지SW와 IT서비스의 품질을 거를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진흥원과 전산원의 역할을 강화해 발주관리나 인력에 대한 개선작업에 본격 나설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 같은 작업은 빠르면 4월 안으로 마무리할 것이다.
이번 방안은 무엇보다 모니터링 시스템이 잘 가동될 것이다. 대통령이 이를 기준으로 혁신평가를 하겠다고 했다. 정통부는 공공기관의 정보화 부서장에게 이 같은 메시지를 다시 한번 전달할 계획이다.
◇김현수=비전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추진할 자원과 실행계획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번 방안을 실행하기 위한 추가자원을 배정해야 한다. 실무추진기관인 SW진흥원에 예산과 인력을 추가로 배정해야 한다. 발주인력의 전문성은 최근 10년동안 데이터를 통해 분석, 개선해야 하는데 이 같은 데이터도 없을 뿐더러 현재 자원으로는 이를 추진하기도 힘들다.
세부적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 지침마련 역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자원투입에 대해 주무부처가 직접 나서야 한다.
◇강재화=세부 과제별로 추진사항이 마련됐다. 남은 것은 이를 발 빠르게 제도화하는 것이다. 제도화만 이뤄지면 방안을 안정적으로 실현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발주인력과 관련해 지난 2003년에서 2005년까지 매년 80∼90명의 전산직 인력이 충원됐는데 이 가운데 7급은 20∼30명, 5급은 5∼6명밖에 안된다. 이 정도 인력으로는 밖으로 빠져나가는 인력을 충원하기에도 모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새로 구축하거나 교체하는 서버 수는 매년 30∼40% 늘고 있다. 이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조풍연=현재는 패키지SW를 공급하면 제품가격에 인건비, 설치비, 교육비가 다 포함된다. 이러한 가격구조가 세분화돼야 한다. 또 패키지에 대한 규격화도 필요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GS인증제품 도입과 컨소시엄 부분에 대한 배점은 상향해야 한다. 개선안의 5점 안에는 중소기업 참여부분과 새로 신설된 부분이 중복돼 있다. 전체 배점에서 GS인증채택이 몇 %가 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입찰 참여업체가 대부분 70점 이상을 공통으로 가지고 가는 상황에서 GS인증제품에 1∼2점 정도의 점수를 준다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석규=GS인증제도가 아무리 완벽하고 정부가 혁신적인 정책을 내놓아도 구매자가 인증제품 구매에 나서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유는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구매자의 신뢰를 얻어야 하고 여기에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GS제품 가점과 별도로 도입기관에서 요구하는 SW 가운데 GS인증제품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보완적으로 벤치마크테스트(BMT)를 활용할 수 있다. 일정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과한 제품을 두고 최종제품을 선정하는 방식이다. 혁신방안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이를 검토해 반영하길 바란다.
◇유영민=국내 SW산업의 선순환이 안 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는 또 바로 수주업체와 하도급 업체들에게 전가된다. 기본적으로 발주 측에서 이를 선순환으로 만들면 좋은 모습이 될 것이다. 발주문제의 화살이 무조건 대형 IT서비스 업체들로 돌아와서는 안된다.
◇김현수=문제의 근본은 예산시스템의 경직성으로 본다. SW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예산을 1년 전에 추정하기가 어려운데 이를 확정적으로 잡아놓고 사업을 하니 문제가 발생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과업이 변경돼도 이에 대한 비용을 계산해주지 않는다. 참여업체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예비비를 책정해 이를 활용토록 하는 방안으로 고리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혁신방안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업계의 자발적 참여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업계가 할 일은 무엇인가. 또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발주자와 수주자의 태도는 무엇인가.
◇김병국=콘텐츠와 게임을 제외한 순수 패키지SW는 한국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밖에 안 된다. 국내 SW산업을 일으키자고 말하는 취지는 이를 통해 결국 세계 SW시장에 가자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공급자가 반성할 것이 많다. 작게는 개선된 혁신방안에 적극 따르고 이를 통해 돌아오는 소득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해야 한다.
특히 SW는 기술지원 서비스가 중요한 사항이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연결된 기술지원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더 이상 국내 시장에서 적당히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인도는 세계적인 SW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번 계기를 통해 발주자 공급자 사용자 모두가 이 기회에 함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만들자.
◇김현수=모든 것이 글로벌 경쟁력 관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또 대-중소기업 상생도 생각해야 한다. 3∼4년 전에도 SW산업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 관계기관에 얘기해 봤지만 힘이 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대통령까지 직접 챙기고 나섰다. 이 참에 정통부가 힘을 갖고 마련된 안을 적극 추진하길 바란다.
◇신석규=이번 정책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를 빨리 만들고 이를 통한 성공사례를 발굴해야 한다. 개선된 제도를 적극 활용해 세계적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례를 만들면 뒤따르는 성과도 클 것이다.
세부적으로 덧붙이자면 이번 혁신방안에 보면 조달청 구매업무심의회가 있는데 여기에 SW 전문가가 들어가도록 하자. 과업 내용변경, 낙찰가 하락이 적자 전가의 원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보고 접근하자.
◇지석구=그동안 정보데이터가 부족해 정책을 기획하는 데 힘들었다. 때문에 발주정보 체계화를 빨리 실현해야 한다. 수요예보시스템도 강화하고 전문 인력도 DB화해야 한다. 공급업체에 정확하고 도움되는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가칭 ‘SW품질혁신센터’를 만들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발주프로세스에 대한 혁신과 프로세스 전반에 대한 감리도 진행할 예정이다.
◇조풍연=중요한 것은 RFP 선진화다. RFP가 선진화되면 분리발주와 제품별 세부사양 명시도 가능하다. 또 RFP가 예산과 연계되면 편성가가 곧바로 예가가 될 수 있다. 업계의 수익성만 개선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더불어 설계, ISP개발, 유지보수 등 부문마다 전문화가 필요하다.
◇김병수=기술성 평가지침이나 예산편성 세부지침이 5월에 나오는데 예산관련 작업은 이 때 정리가 될 것이다. 또 공공기관에서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는가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혁신과제로 잡고 있는 만큼 반드시 실행될 것이다. 정통부는 고객의 평가를 바탕으로 기관별로 발주능력 수준과 제도이행 평가보고서를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다. 최소한 이번에 상정된 안건에 대해서는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 제대로 된 SW기업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앞으로 SW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드라이브를 걸 것이다. SW진흥국도 곧 설치되고 정통부의 최우선 과제도 SW에 맞춰졌다. 기업차원에서도 품질향상과 전문화에 힘써 달라.
정리=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