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진선미`문화산업 창출하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사람과 기업]`진선미`문화산업 창출하는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꽃샘추위가 옷깃을 파고드는 3월 중순, 종로구 관훈동 대성그룹 회장실을 찾아가는 길에 뜬금없이 안도현 시인의 싯구가 떠오른다.

 서민들의 구들장을 뜨끈뜨끈한 온기로 데워주는 연탄과 ‘진선미’, 즉 진실되고 선한 아름다움을 최대한 발현하고자 한다는 대성그룹의 문화 콘텐츠 사업의 철학은 닮은 곳이 많기 때문일까.

 지난 60년대 연탄 하나로 재계 10권까지 오른 그룹을 종합 에너지 기업에서 이제는 토털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빠르게 변모시키고 있는 변화의 한 가운데 김영훈(55) 회장이 있다.

 3년여 전부터 그룹 계열 바이넥스트창업투자를 통해 올드보이·말아톤·웰컴투동막골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한국 영화에 대한 성공 투자 스토리로 시선을 끈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유비쿼터스(u)러닝을 앞세운 e러닝 시장 진출에 이어 최근 포털 코리아닷컴 전격 인수와 200억 원 규모 대형 게임 펀드 조성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에너지 사업 만큼의 비중을 가진 주력 사업으로 키울 생각입니다.”

 그룹의 문화 사업 확대 계획을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주저없이 답한다.

 그의 이 같은 확신은 문화 콘텐츠 전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 유통 및 배급망 구축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뉴질랜드 영화 제작사인 ‘에스커패이드 픽쳐스’와 공동 제작 중인 코믹호러물 ‘블랙십’을 계기로 헐리우드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블랙십은 반지의제왕 특수효과로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디자인 작업을 맡고 있습니다.

피터 잭슨 감독과 대성그룹을 동북아 영화 산업 진출의 거점으로 삼는 논의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또 이번 기회에 한국이 투자한 영화가 할리우드에 수출된다면 한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요.”

 국내 외에서 빠르게 영화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는 김 회장이지만 대성그룹의 문화 콘텐츠 사업 전략은 타 대기업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문화산업을 그룹의 성장엔진인 동시에 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이끄는데 기여하는 핵심 사업으로 주목한다는 것.

 행정학을 전공하고 서른을 넘긴 나이에 하버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신학 석사를 받았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회장은 그만큼 올곧고 ‘정도를 걷는다’는 인상을 풍긴다.

 인터넷 포털 사업과 게임도 남다른 시각에서 접근한다.

 코리아닷컴의 운영 방향을 묻자 “웰빙포털, 실용포털로 키울 생각”이라며 귀뜸한다. 그는 “코리아닷컴 도메인 갖는 한국 대표 포털의 상징성을 바탕으로 그룹의 문화 콘텐츠를 전세계에 알리는 게이트웨이로 활용할 생각”이라며 코리아닷컴을 선택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다.

 KT·싸이더스 등 6개사가 공동 출자한 200억 원 규모 게임 펀드의 운영 방향이 궁금했다.

 “온라인 게임 중독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 펀드를 통해 중독을 해독시키는 우수한 게임을 발굴하는 것이 희망입니다. 세계 시장에 내놨을 때 ‘한국에서 만든 게임(desinged by Korea)’이라고 하면 안심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만들면 어떨까요.”

 김 회장은 “이 펀드가 국내 우수 게임의 지분과 수익이 대형 해외 펀드에 장악되지 않도록 지켜내는 역할까지 담당할 것”이라며 강조한다.

 e러닝 사업도 이 같은 구상의 연장선 상에 있다. 올해 중점 추진 사업이 영재교육사업과 해외진출, 모바일 러닝이다. 특히 연구전담부서를 신설해 e러닝을 통한 영재교육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한국의 선진 e러닝 기술을 해외에 선보인다는 것이 김 회장의 계획이다.

 그룹 회장직을 그만 둔 이후에 인재경영과 목회자 양성에 전념하고 싶다는 그가 아무리 바쁜 일과 속에서도 빼놓지 않는 일과는 새벽기도와 독서.

 그룹 지하실을 빼곡히 메운 5500권의 도서와 6500여개의 DVD는 김 회장의 개인 소장품을 회사에 기증한 것으로 유명하다. 평상시 책읽기와 영화보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문화 콘텐츠 사업의 나아갈 길을 고민하는 그의 진지하면서도 성실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디즈니의 예에서 보듯이 문화산업의 종착역은 온·오프라인 테마파크 설립이라고 봅니다. 2010년 경 영화, 게임, 기술, 문화, 역사가 총망라된 한국적인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오랜 꿈입니다.”

 

 

 

 

 ◇김영훈 회장은 누구?

1952년 대구 출생

경기고 졸업, 서울대 법대 행정학과 졸업

1977∼1981 미시간대학교대학원 법학 석사·경영학 석사

1984∼1987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신학석사

1988∼1993 대성산업 상무

1997∼2000 대성그룹 기획조정실장 사장

1997∼2001 대성산업 대표이사 사장

1997∼현재 한국케이블TV경기방송 회장

2000∼현재 대구도시가스·대구도시가스엔지니어링·경북 도시가스 대표이사 회장

2002∼현재 바이넥스트·대성닷컴·서울에너지 회장

2003∼현재 대성글로벌네트웍 회장

2002년 4월∼한국도시가스협회 회장

2004∼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 문화산업특별위원회 위원장

2005년 9월∼현재 세계에너지기구 부회장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