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으로, 그러나 모든 것을’
지난달 신임회장을 맞이한 무역협회에 변화의 바람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전사TF를 구성해 99년 이후 단 한차례도 없었던 비전수립 작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중소무역인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연구작업들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또 IMF와 극심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상당히 위축됐던 조직문화를 추스리기위한 노력들이 일어나고 투명한 인사행정 등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의미있는’ 변화들이 일어나면서 무역협회의 변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역협회 한 관계자는 “딱딱하고 권위적이고 심지어 살벌하기까지 했던 무역협회에 서서히 생기가 감도는 것 같다”며 “신임회장의 수평적 리더십이 발휘되면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신경영전략TF 발족,새로운 비전수립=이희범 회장은 이달 중순 한영수전무를 팀장으로 22명으로 구성된 신경영전략TF를 출범시켰다. TF의 임무는 오는 7월말까지 비전수립 작업에서부터 중소무역인을 위한 서비스, 조직문화 쇄신을 위한 방향과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것. 팀원도 팀장급이 아닌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중견급 직원들로 꾸렸다. TF발족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99년 무역의 길잡이라는 비전으로 7년을 꾸려온 무협이 새로운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문화에 혁신을 가한다는 것은 상당한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투명성과 현장경영=이 회장 취임후 감지되는 또다른 변화는 투명성과 현장중심의 경영이다. 이회장은 코엑스와 KTNET 등 자회사 업무보고를 회장실에서 받지 않고 현장에 직접 가서 받았다. 과거 회장시절에는 없었던 일이다. 자회사의 사외이사를 무협 회장단사들로 채웠던 관행도 바꾸고 있다. 최근 이 회장의 주문에 따라 KTNET은 고객대표인 관세사가, 코엑스는 전시주최자협회장이 처음으로 사외이사에 참여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이석영부회장 후임을 공모를 통해 선임키로 한 것이나 최근 브뤼셀, 중국 등 해외 지부장 자리를 사내공모를 통해 뽑은 것도 투명경영을 위한 이회장의 실험 중 하나다.
◇조직 추스르기,비판자 수용에 적극=이 회장이 무역협회 출근 첫날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무협에 반기를 들었던 무역인포럼 회장을 만나 협조를 구한 것일 정도로 비판자 껴앉기에 적극적이다. 모 중소무역인은 “중소기업들의 처지와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에 안도하고 있다”며 “무역협회의 변신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내달 8일 전직원 단합 등반대회를 개최하고 여직원들의 건의에 따라 보육시설 마련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는 등 직원들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고 듣고 있다. 권위적인 지시보다는 맘을 터놓는 대화를 통해 지난 몇년간 강도높은 구조조정으로 침체에 빠진 조직을 추스리겠다는 의지로 비춰진다.
이희범 회장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많은 변화를 이루고 싶지만 급진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조금씩 천천히 모든 것을 바꿔나가겠다”고 말해 무협의 지속적인 변화를 암시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