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기획-청소로봇]귀찮은 집안청소부터 주부마음까지 `싹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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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로봇 시장이 올해부터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 해 청소로봇 시장은 3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급격히 성장했다. 2002년부터 2004년의 누적 판매량이 1만대에 미치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큰 성장폭이다. 올해엔 10만대를 넘길것으로 보인다. 평균가격을 60만원으로 계산하면 시장규모는 600억원대로 훌쩍 성장하는 셈이다.

◇대기업의 한판대결 = 올해 청소로봇시장의 주요 구도는 대기업들의 대결. LG전자가 1년여전 출시했다가 이렇다할 마케팅을 벌이지 못한 로보킹을 업그레이드 하고 가격대를 낮춰 90만원대의 ‘업그레이드 로보킹’을 새롭게 내놓았다. 삼성전자도 이르면 올해 상반기중 ‘크루보’를 출시할 예정이다. 크루보는 각종 전시회를 통해 소개됐지만 아직 제대로 판매하지는 않았다. 삼성전자는 당초 300만원 대였던 크루보를 100만원 안팎의 현실적인 가격대에 내놓고 본격적인 상품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10월 본격화되는 국민로봇사업에도 청소로봇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사업을 시도한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연내 2종의 50만∼60만원대 청소로봇을 출시하고 시장에 발을 들이겠다고 밝혔다.

전문업체인 유진로봇과 코스모양행(아이로봇)은 이같은 바람을 타고 올해 9만대 이상을 팔아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전문업체들은 대기업의 잇단 참여가 청소로봇의 인지도를 높여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고집해 100만원대 안팎의 가격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중저가 상품을 내놓는 전문업체 입장에선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외에 마이크로로보트를 비롯해 3∼4개의 전문업체들이 시장에 새롭게 뛰어들고 있다. 넥스트아이, 하기소닉과 같은 회사들이 청소로봇의 핵심인 위치인식·제어 기술과 부품을 저렴하게 제공,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면서 대중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밖에 10만∼20만원대의 중국산 저가제품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필수 가전으로 정착단계 = 올해 시장에선 진공청소 위주를 벗어나 다양한 기능성 제품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수요창출이 예상된다. 청소로봇을 세계시장에 이미 150만대 판매한 아이로봇은 물걸레청소 기능을 더한 ‘스쿠바’를 내놓는다. 유진로봇 등 국내 업체들도 우리나라 생활환경에 맞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해 내놓을 계획이다.

로봇업체들은 백화점이나 인터넷쇼핑몰에 이어 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양판점으로 판매망을 늘리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본격적인 혼수시즌이 다가오면서 평면 디지털TV에 이어 인기 혼수상품으로 떠오를 조짐도 보인다. 정통부의 정책지원으로 10월 100만원대 로봇 출시에 도전하는 국민로봇의 성패도 청소로봇 시장 확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 해 시장의 수확으로 판매량이 3배 이상 늘어난 것보다 소비자들이 청소로봇을 하나의 상품으로 정확히 인식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귀찮은 집안일중 하나인 청소를 알아서 해주는 청소로봇의 쓰임새를 알게 됐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고 수요와 만족수준에 대해 인식하는 ‘학습과정’을 거쳤다는 것.

소비자들은 당초 청소로봇이라면 알아서 구석구석 청소를 하면서도 보통 진공청소기 만큼의 성능을 기대해왔다. 하지만 보통 진공청소기(300w)에 흡입력이 크게 못미쳤고 소음도 컸다. 문턱을 넘지 못했고 배터리의 한계로 청소시간도 짧았다. 저가형 모델이다보니 같은 곳을 여러번 청소하기도 하는 등 지능도 높지 않다는 등의 불만이 초기에 불거졌다.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였다. 이 때문에 청소로봇 시장은 당분간 일부 마니아층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올해 전기 마련… 전문업체 ‘잰걸음’ = 하지만 지난 해부터 조금씩 변화가 감지됐다. 청소로봇만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틈새시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집을 비우면서 청소를 해결할 수 있고 흡입력이 좀 떨어져도 만족할 만한 청소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로봇’과 ‘청소기’의 교집합을 발견한 것. 상상속의 로봇이나 현재의 진공청소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청소로봇 나름의 쓰임새를 이해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같은 수요의 창출이 50만원 안팎의 저가형 제품출시와 맞물리면서 시장 생성의 불씨를 당긴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신경철 유진로봇 사장은 “초기엔 지나친 기대로 반품률이 높았지만 대중화 추세에 접어들면서 반품률이 5% 미만으로 크게 줄었다”며 “올해 청소로봇시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로봇’과 ‘청소기’ 각각의 개념을 만족시키는데 충실해 비싼 가격에라도 고급 제어기술을 쓰고 높은 흡입력을 갖춘 제품은 아직까진 시장의 환영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청소로봇 시장의 동향도 일정 수준이상의 기능을 유지해야 하는 삼성전자, LG전자보다는 전문업체들이 주도하는 양상이 될 전망이다. 규모도 아직은 주류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이 때문에 생긴다. 정통부 오상록 로봇PM은 “로봇에 대한 인식과 기대치를 높이는데까지는 성과를 얻었다”며 “이젠 소비자의 요구수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