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조원 규모의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이 글로벌 기업간 각축전으로 완전 재편될 전망이다.
최근 세계 2위 엘리베이터 업체인 쉰들러가 유일한 토종기업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경영참가 목적으로 인수함에 따라 국내시장도 몇몇 글로벌기업이 완전 장악하는 해외시장의 조류를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쉰들러 현대 지분인수 왜?= 엘리베이터 업계 전문가들은 머니게임이 아니라 국내 사업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해석했다. 쉰들러가 전세계적으로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 외에 다른 사업은 벌이지 않기 때문이다. 쉰들러가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면서 국내시장에 진입했지만 점유율이 5%에도 못미치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기 때문. 따라서 이번 지분인수는 국내 사업 확대 전기마련을 위한 포석이라는 견해다. 쉰들러는 실제 2003년 이후 인원을 40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며 공격적인 시장진입 의도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업체인 쉰들러가 25% 지분을 갖고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면 현대는 여러모로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결국 쉰들러가 원하는 것은 엘리베이터 사업부문만을 인수해 국내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시나리오 아니겠느냐”고 예측했다. 오티스가 LG와 합작회사를 만들었다가 6년만에 LG와 결별하며 독자적인 회사로 거듭난 시나리오의 재판이라는 시각이다. 현대엘리베이터측은 “아직까지 쉰들러측과의 의사교환은 없었다”며 “일단은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시장 매력 충분= 국내 시장은 연간 2만 5000대의 신규 수요와 기존 32만 대의 서비스 시장이 대략 2조원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중국,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4위권 규모다. 도시화 진척이 빠르고 유지보수 시장의 체질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다른 나라에 비해 발전가능성이 크다. 올해 지하철 9호선과 내년 이후 판교, 행정신도시 등 수요도 증가추세다. 업계는 “유럽시장 1위, 세계 시장 2위인 쉰들러가 국내 시장 진입을 여러 방법으로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글로벌기업 각축전 되나= 2000년 이후 글로벌 기업의 시장진입이 본격화되고 있다. 99년 오티스가 들어와 지난 해 독자회사가 됐다. 2003년 티센크루프가 동양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며, 쉰들러가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하며 발을 들였다. 2004년엔 코네가 수림엘리베이터를 인수했고 미쯔비시와 도시바는 2001년경 독자적으로 진입했다. 5년사이 세계 5대 업체가 모두 국내에 들어온 셈이다. 세계 시장을 봐도 일본을 제외하면 로컬기업이 아닌 글로벌업체가 장악하는 형태다. 오티스 김길수 차장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엘리베이터 시장은 각각 설립 100년을 넘긴 오티스와 쉰들러 등 글로벌 전문기업이 로컬 시장을 장악하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며 “이는 사업규모와 사업의 확장성 등이 로컬의 대기업이 진입할 만한 규모가 되지 않는 반면 제품의 신뢰성 등은 로컬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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