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2006 프로리그 파행 위기

다음달 8일 개막을 앞둔 스타크래프트 통합리그(팀리그)가 파행 위기를 맞고 있다. 2005시즌을 마치고 차기 시즌을 준비해야하지만, 차기 프로리그 중계를 놓고 온게임넷과 MBC게임 두 방송사와 후원사의 이해 관계로 얽히고 섥혀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뾰족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스포츠계 관계자들은 “이번 기회에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않는다면, 차기는 물론 그 이후에도 계속 문제로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발단은 중계의 ‘차등배분’

이번 사태가 발발하게된 것은 프로리그의 방송 중계권의 배분 문제 때문이다. 시청율 등을 고려해 협회가 온게임넷 대 MBC게임을 7대 3으로 차등 배분할 것을 제안하자 MBC게임이 반발하고 나서 양방송사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된 것. 이 후 협상 테이블에서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지난 17일 한국e스포츠 협회는 이사회를 통해 차기프로리그 방안을 표결에 붙이는 촌극이 벌어졌다.

처음 제안된 안건은 4가지안 그리고 MBC게임 측에서 나중에 만든 1개안을 더해서 5가지안으로 표결에 붙여졌다. 투표권을 행사한 주최는 양 방송사를 제외한 4개구단, 즉 SKT T1, KTF매직앤스, 한빛스타즈, 팬택앤 큐리텔 큐리어스 등과 비기업팀, 협회, 한국게임산업 개발원 등이었다. 결과는 4:2로 MBC게임측이 제시한 중계권 5:5 균등 배분과 빅매치의 차등 배분으로 일단락됐다.

문제는 여기서 더욱 복잡해졌다. 이같은 배분 결정에 후원을 하는 SK텔레텍측(스카이)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SK텔레텍측은 아무리 이사회를 통과한 안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완강하게 버티고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 해 양 방송사의 시청률에 차이가 확연했음에도 균등 배분한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다는 것. 즉, 광고 효과를 노리고 막대한 비용을 들여 후원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주장이라는 얘기이다.

# SK의 전향적 접근이 해결책

공식 스폰서인 SK텔레텍의 반발이 워낙 완강해 프로리그 개막을 앞두고 사전 준비에 나선 방송사들은 물론 e스포계 전체가 매우 난감한 입장에 처했다.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와 새로운 스폰서를 구하기도 어려워, 자칫하다간 전체적인 리그 일정의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폰서 없이 리그를 끌고가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문제의 해결은 MBC게임이 양보하거나 SK텔레텍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e스포츠계가 투표까지해서 도출해낸 타협안을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MBC측이 이를 받아들일리는 만무하다. 이번에 한번 밀리면 앞으로도 계속 밀릴 수 밖에 없기 때문.

e스포츠계 한 전문가는 “2006시즌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이러한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e스포츠 서글픈 현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스폰서인 SK텔레텍이 전향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가장 실현가능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 e스포츠 발전 먼저 생각해야

이번 사태가 어떻게 해결되든간에 양 방송사의 소모적인 헤게모니 싸움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는 이같은 문제가 추후에도 계속 불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따라 양 방송사들이 당장에 눈앞의 현실 보다는 e스포츠의 발전을 먼저 생각해 윈윈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가는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제대로 자리도 잡지 못한 e스포츠판을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의 싸움으로 얼룩지게 만들어선 안된다는 의미이다.

협회의 중재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계속되는 소모전에 이리 저리 끌려 다닐 것이 아니라 구체화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불협화음을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오프라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협회가 중계권을 갖고 방송사에 중계권을 파는 형식으로 시스템을 바꿔야 이같은 문제가 원천적으로 해결된다는 강경론까지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매년 계속될 프로리그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쓸데없는 체력낭비를 억제하고 e스포츠 발전을 먼저 생각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