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역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게임에 담아 ‘거상’과 ‘군주온라인’이라는 걸출한 작품들을 선보였던 김태곤 엔도어즈 개발이사가 ‘타임앤테일즈’라는 신선한 게임으로 다시 한번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신작 ‘타임앤테일즈’가 다양한 국가의 역사를 가지고 퓨전 사극의 형태로 개발돼 외국의 유저들도 쉽게 즐길수 있을 것”이라며 “엔도어즈가 올해를 해외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는 만큼 혼합적 장르를 개발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전통적내러티브를 가지고 매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온 스타개발자의 신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태곤 이사가 처음 게임을 알게된 것은 8비트 컴퓨터가 처음 등장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 이사는 게임의 주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러다가 김 이사는 당시 즐기던 게임들에 아쉬움을 느끼며 ‘직접 만들어 보면 어떨까’하는 막연한 꿈을 갖게 됐다.
# 기술보다는 차별화된 기획에서 승부
좀더 시간이 흐른 후 대학에 진학해서는 ‘자연계열인 자신의 전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고 어설프지만 자기만의 게임을 개발해 봤다. 이렇게 시작된 일이 평생의 직업이 된 것이다. 처음엔 친구들과 함께 순수한 아마추어로 시작했지만 군대 제대 후 느낀 것이 많아 본격적으로 개발에 착수, 첫 작품인 전략시뮬레이션 ‘충무공’을 내놓으며 사람들의 극찬을 받았다. 이를 통해 김 이사는 ‘스타 개발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김이사는 “처음 게임을 개발할 때와 지금의 개발환경은 많이 달라졌다”며 “지금 온라인 게임은 많은 기술적 부분의 제약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개발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신 현재는 어떻게 다른 게임과 차별화 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됐다는 것이다.
게임산업 초기에 기술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던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김이사는 “지금도 회사 내에서 개발 전반에 관여하고는 있지만 기획에 좀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이제는 기술적으로 디테일한 것보다는 게임의 핵심이 무엇인가가를 정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최근 ‘타임앤 테일즈’ 에피소드 공모전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 행사는 ‘타임앤테일즈’를 널리 알리는 홍보적 측면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서 이를 이를 게임 기획안으로 활용하거나 유저들이 어떤 이야기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여론수집창구로 활용는 것이다.
김 이사는 온라인 게임개발의 핵심은 다른 게임과의 ‘차별화’라고 강조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온라인 게임 하면 ‘리니지’류의 MMORPG 일색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트라이더’나 ‘프리스타일’ 등 캐주얼게임과 ‘스페셜포스’ 등 1인칭슈팅게임(FPS)게임이 MMORPG를 누르고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 독특한 게임이 세계시장에서 성공
이처럼 다양한 게임들이 게이머들에게 인기를 끌수 있었던 것은 바로 다양한 게이머들의 취향에 맞는 게임을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김이사는 진단했다. 김 이사는 이러한 이유로 29일 일본에서 유료화되는 ‘군주온라인’과 클로즈 베타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타임앤테일즈’도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자신하고 있었다. 이들 두 게임은 바로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군주온라인’은 정치·경제 MMORPG라는 독특한 장르를 택하고 있다. 감성적인면보다는 분석적인 시스템이 강하게 녹아들어 있는것, 이 때문에 다분히 분석적인 일본 게이머들에게 좋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이다.
‘군주온라인’은 김이사가 이전에 개발한 ‘거상’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메꾸어 보자는 생각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거상’은 게임에 있어서 다소 독특한 소재인 ‘경제’를 선택했음에도 좋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현실 경제에서 존재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게임 내에서도 발생하며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민주적 절차. 현실에서도 정부가 존재해 빈곤층을 위한 복지 정책을 실시 하 듯 게임 속에서 선거를 통해 군주를 선출하고 내각을 조직해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게임 내의 내각은 조선시대에 육조판서를 모방한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또한 ‘군주온라인’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인 전투의 부족과 어려운 내용을 수정해 전투의 재미를 최대화하고 정치·경제를 단순화시킨 ‘군주배틀’도 개발 중에 있다.
30일 오픈을 앞두고 있는 ‘타임앤 테일즈도 상당히 독특한 요소로 무장한 게임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OPS(Oneman Party System)’. MMORPG 유저들 대부분은 파티플레이를 즐겨한다. 하지만 이것도 여러명의 인원이 모여야 가능한 것이기에 실행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타임앤테일즈’에는 다캐릭터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장치를 있다. 아이템과 비슷한 용병이라는 것이 존재해 육성하는 재미 뿐 아니라 혼자서도 파티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또한 옴니버스식 이야기구성과 퀘스트 중심의 내러티브도 게임하는 재미를 더해준다.
고등학교때부터 역사과목에 관심을 가졌다는 김태곤이사는 “게임속 역사는 정사로서의 역사가 될 수 없지만 유저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는 충분히 있다”며 역사교육에 일조할 수 있음을 뿌듯해 했다. 김 이사는 ‘군주온라인’은 전투보다는 커뮤니티가 강한 게임으로 많은 유저들이 교육적 효과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또 김이사는 앞으로도 게임을 통해 역사이야기를 계속 다루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혔다.
# 역사 게임 계속 만들 것
그가 전통기반의 내러티브를 가진 게임을 만들 때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문화 콘텐츠가 그렇듯 자국의 문화현상만을 고집한다면 글로벌을 지향하는 게임을 만들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삼국지’라는 게임을 예로 들며 “ 삼국지라는 것이 중국 이야기지만 일본에서 게임을 만들고 그 게임에 우리가 열광했다”며 전통기반 게임이 세계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리고 전통기반의 콘텐츠가 해외시장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두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먼저 전통적인 것을 있는 그대로 다루는 것이다. 이는 전통문화콘텐츠를 있는 그대로 외국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현재 김이사가 개발중인 ‘임진왜란’이 그 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방식은 위험성이 큰게 사실이다.
하지만 개발 중인 ‘임진왜란’은 다양한 화약무기와 거북선 등의 신무기가 등장하고 삼국지와는 다른 진정한 국제전쟁이라는 것에서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성공을 자신하고 있었다. 두번째 방법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궁’처럼 정통사극은 아니지만 역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먼저 말한 방식보다는 조금은 타협적이지만 유저들에게 더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이러한 방식은 다시 두가지로 나뉘다. 먼저 각각의 시대를 따로 배경으로 삼는 것과 시대적 배경을 완전히 섞어 버리는 것이다. 전자는 각각의 시대를 돌아다니며 여행한다는 옴니버스식 스토리를 가진 ‘타임앤테일즈’고 후자는 ‘군주배틀’의 형식인 것이다.
<김명근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