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기획]온라인게임 기술 과거와 현재②:대한민국 & 미래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온라인게임 강국이다. 작품의 수나 수준, 기술력에서 따라올 국가는 많지 않다. 일본은 콘솔게임에 지나치게 집중된 탓에 싱글플레이에서만 강점을 보인다. 북미와 유럽은 인터넷 회선 자체가 널리 보급되지 않아 온라인게임을 만들어야 할 결정적인 이유와 계기가 없다.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따라오고 있으나 아직 갈길은 멀어 보인다. 세계 게임시장은 여전히 패키지와 아케이드가 장악하고 있으며 온라인게임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이들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최근, 일본과 미국, 중국에서 블록버스터급 MMORPG와 일부 패키지를 활용한 온라

인게임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으나 업체 관계자들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클라이언트 기술과 기획력은 금방 따라올 수 있어도 서버 기술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는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온라인게임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면서 서버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했다. 수천명에서 수십만명이 접속해도 원활한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기술은 결코 쉬운게 아니다.

또 게임상에서 24시간 대기하는 GM들이 유저들의 요구사항과 각종 버그를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고객지원센터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최고의 AS시스템이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처음 서비스될 당시에도 극심한 장애 불량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들어야했다.

샐러리맨처럼 일과시간에만 근무한 경험미숙의 GM들은 비난의 표적이 됐다. 비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뿐만 아니라 해외 MMORPG는 대부분 이같은 과정을 반복해 보여줬던 것이 사실이다.

네오위즈의 신현근 퍼블리싱팀장은 “해외 업체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면 온라인게임 기술에서 엄청난 격차를 실감할 수 있는데 특히 서버 기술력은 전무하다고 봐야 한다”며 “이것만 고려해도 온라인게임 강국이라는 타이틀은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또 “베타족이라 불리는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장단점을 낱낱히 밝히기 때문에 개발자에게 신선한 자극이 된다. 이렇게 수백만명의 테스트 유저들이 존재하는 것도 큰 재산”이라고 덧붙였다.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은 무엇일까? 혹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MMORPG는? 이런 의문에 대해 유저들은 송재경의 ‘바람의 나라’와 리차드 게리엇의 ‘울티마 온라인’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가 일쑤다. 사실 온라인게임으로만 따지만 당연히 이 두 작품 모두 아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초의 그래픽 MMORPG인가? 그런데 그것도 아니다. 다른 작품이 존재했다.

1978년에 영국 에섹스 대학의 로이 트럽쇼와 리차드 바틀이라는 사람이 MUD(Multi User Dungeon)게임 ‘MUD1’을 완성했다. 물론 온라인 상에서 즐길 수 있으며 그래픽만 구현되지 않은 텍스트 온라인게임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MMORPG는 아니였고 1984년 존 테일러와 켈튼 플린이 개발한 ‘아일랜드 오브 케스마이’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한달 요금은 무려 12달러. 물가상승률을 고려해도 대단히 비싸다. 여기까지는 텍스트 게임이다. 텍스트로 MMORPG류를 플레이한다는 사실에 짐작조차 하기 힘들겠지만 ‘쥬라기 공원’ ‘단군의 땅’을 기억한다면 수긍이 갈 것이다.

‘그래픽’을 기준으로 내세워도 ‘바람의 나라’와 ‘울티마 온라인’은 최초에서 제외된다. 세계 최초의 그래픽 MMORPG는 1991년 SSI에서 발표한 ‘풀 오브 레디언스’를 기반으로 한 멀티플레이 온라인게임 ‘네버윈터 나이츠’다. 초기에는 50명의 유저가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1996년 4월에 넥슨이 ‘바람의 나라’를 정식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국내 최초의 그래픽 MMORPG는 확실한 사실이지만 세계 최초는 아닌 것이다. ‘울티마 온라인’은 베타 테스트가 ‘바람의 나라’보다 앞서 시작됐지만 정식 서비스가 늦었는데 3DO에서 ‘메리디안 59’라는 MMORPG를 이 작품보다 2달 먼저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최초 그래픽 머드게임을 ‘바람의 나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네버윈터 나이츠’가 존재한다”며 “그러나 누가 먼저냐를 논하기 전에 후대에 얼마나 영향을 줬느냐를 고려하면 ‘바람의 나라’는 충분히 그 자격이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향후 10년 후의 온라인게임은 지금보다 크게 발전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PC와 콘솔, 휴대용 기기 등이 통합돼 전체 플랫폼을 아우르는 작품이 등장할 것이다. 유저는 언제 어디서나 서버에 접속해 플레이를 즐길 수 있으며 서버를 이동해도 캐릭터를 처음부터 다시 육성할 필요가 없어진다. 위성으로 연결된 서버와 클라이언트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만든다.

그래픽은 더욱 발달해 현실 수준으로 구현될 전망이며 게임의 물리 엔진도 그래픽과 동일한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만약 체감형 장비가 보급된다면 유저가 우주복처럼 복장을 착용하고 가상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느끼는 온라인도 기대된다.

이러한 기술들은 이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버 이동에 따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은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 강구되고 있는데 ‘가문’ 시스템이 그 포석이다. 또 X박스360은 PC 유저와 서버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며 PS3는 온라인 기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어 플랫폼의 경계는 빠른 속도로 허물어질 것이 확실하다.

장르의 경계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롤플레잉이나 FPS, 레이싱 등이 하나로 결합된 방식이 대두될 것이며 ‘헬게이트 런던’은 롤플레잉과 FPS를 접목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웹젠의 ‘헉슬리’도 FPS 기반으로 롤플레잉 요소를 대폭 도입할 계획으로 있으며 ‘APB’는 FPS와 레이싱이 하나로 묶인 방식이다.

이러한 미래의 게임과 기술은 유저가 사용하는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달과 보급율에 달려 있다. 엠게임의 고휘욱 서버개발팀장은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제약에 맞춰 개발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며 “지금도 픽셀쉐이더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돼 있으나 CPU와 그래픽 카드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이를 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유저 시스템이 슈퍼 컴퓨터 수준이면 가상 현실 온라인게임을 못 만들 것도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개인용 컴퓨터는 ‘펜티엄4 3기가’ 시스템이 표준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실제 대부분의 가정은 이보다 훨씬 떨어진 하드웨어를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조만간 64비트 운영체계를 발표할 예정이나 하드웨어 보급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32비트에서 64비트로 대전환이 오면 자연스럽게 게임도 이에 맞춰 개발될 것이 확실하며 더욱 퀄리티가 뛰어난 작품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상상만 했던 꿈의 온라인게임이 등장할 날은 반드시 올 것이다. 96년 넥슨에 입사해 ‘어둠의 전설’ ‘비앤비 크레이지 아케이드’ ‘택틱컬 커맨더스’ 등 초창기 온라인게임들의 개발 팀장을 역임하고 ‘카트라이더’ 프로젝트를 지휘했던 박종흠(30) 제이투엠 실장을 만나봤다. 주로 클라이언트 프로그래머로 활동한 그는 현재 독립해 온라인레이싱게임 ‘레이시티’를 개발하고 있다.

- 10년 전 개발환경과 현재를 비교하면.

▲ 비교하기가 힘들다. 당시 프로그래머는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합쳐 3명 정도였고 그래픽, 사운드는 외주였다. 만능 멀티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게임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이런 말도 들었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를 녹음해 폭발음으로 사용했다는. 지금은 모든 분야에 담당자와 전문가가 있지 않은가.

- 그렇다면 개발이 훨씬 수월해진 것인가.

▲ 반드시 그런 건 아니다. 개발 툴이 편해지고 기획자 의도대로 구현할 수 있는 요소가 대폭 늘어나긴 했다. 하지만 3D 그래픽은 엄청난 연산을 필요로 한다. 오히려 2D 그래픽보다 개발자는 기술상 제약을 많이 받고 있다. 또 스케일이 늘어났기 때문에 하나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요구된다. 갈수록 힘들다.

- 기술적인 측면에서 10년전과 차이가 많이 나나.

▲ 개인적으로 기술의 차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원래 컴퓨터는 개발자가 어떤 언어를 사용해도 다 구현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그런데 10년 전에는 펜티엄이 겨우 나타난 시기였다. 머릿속으로 떠오르는 것을 만들 기술이 없는게 아니라 시스템이 안 따라 줬던 것이다. 억제를 많이 해야했다. 지금도 유저 컴퓨터를 고려해 프로그래밍을 한다.

- 클라이언트 용량은 수백배로 늘어났는데.

▲ 그 이유는 오로지 그래픽 때문이다. 해상도가 4배 이상 늘어났고 화면에 뿌려지는 오브젝트(물체)가 대폭 증가했는데 디테일까지 수준이 올라갔다. 이것은 클라이언트에 담아야 하는 내용들이다. 개발팀을 봐도 60%가 그래픽 인원이다. 나머지 60%가 프로그래머고 그 나머지가 기획자다. 클라이언트 용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예전엔 많았지만 요즘은 그렇지도 않다. 회선이 좋으니까.

- 기술의 향후 5년을 내다본다면.

▲ 큰 차이가 있을까. 물론 시각적으로 점점 더 현실에 가까운 그래픽이 구현될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여러가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기술이 구현될 것이다. 그렇다고 1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기술이 등장할 것 같진 않다. 천천히 조금씩 발전하는게 온라인게임기술이다. 또 컴퓨터 시스템의 발전과 보급이 우선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