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 수 많은 아류작들의 등장이다. 심지어 히트작을 거의 그대로 베끼는 작품까지 잇따라 등장, 표절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데 따른 리스크가 커지면서 ‘나름대로 검증된(?) 장르, 검증된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실패 확률이 낮다’는 것이 아류작을 만들어내는 개발사들의 변명이다. 그래서 게임의 완성도나 흥행성을 떠나 독창성에 대한 전문가는 물론이고 유저들의 점수가 갈수록 후해지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간 소개된 온라인게임중 독창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은 무엇일까. 본지가 창간 2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더게임스(TG)어워드 2006’ 독창성 부문 대상에선 전체 후보작 30편중 엔씨소프트의 SF액션 MMORPG ‘시티오브히어로(COH)’가 최고 자리에 올랐다.
컴퓨터 기반의 게임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30년이 훨씬 넘었지만, 우니라나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이 이루어진 것은 이제 겨우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우리가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PC·콘솔 등 패키지게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자연히 주로 외국게임에서 모티브를 딴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순수 국산 창작물이라고 간주될만한 게임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를 그대로 반영한 것일까. ‘TG어워드2006’ 독창성 부문 수상작엔 수 많은 국산 개발 게임을 제치고 해외 개발 게임이 1, 2위를 석권했다.게임의 장르에 따라 어느 정도 단순 비교가 어려운 그래픽, 사운드, 시나리오와 달리 독창성은 장르를 불문하고 같은 잣대에서 평가가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닌다. 마치 소 자본이 투입된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탈 수 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번 30개 후보작을 대상으로한 독창성 부문 전체 평가에선 엔씨소프트의 해외 개발 및 퍼블리싱 작품인 ‘시티오브히어로(COH)’와 ‘길드워’가 1, 2위를 석권했다.
엔씨의 첫 글로벌 퍼블리싱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던 크립틱스튜디오의 ‘COH’는 독특한 컨셉트의 SF 세계관과 캐릭터, 그리고 COH만의 색깔을 내는 PVP시스템 등으로 ‘길드워’를 제치고 영예의 1위에 올랐다. 국내보단 북미·유럽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레나넷이 개발한 ‘길드워’는 1표 차이로 최고 자리를 같은 소속(?)의 ‘COH’에 내주었다.
‘TG어워드 2006’ 그래픽·사운드 부문 2관왕에 빛나는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에스파다(GE)’는 온라인게임 사상 처음으로 MCC(멀티캐릭터컨트롤)시스템, 배럭모드 등 독창적 시스템을 도입, 다시한번 주목을 받았으나 두 해외파 게임에 밀려 3위에 만족해야했다.
‘GE’는 그러나, 부문별로 별도 선정한 RPG부문 집계에선 33.3%인 총 10표의 지지율을 이끌어내며 당당히 1위에 올라 전체 부문에서 ‘COH’와 ‘길드워’에 밀려난 한을 달랬다. GE는 특히 그래픽, 사운드, 시나리오 등 3개 요소별 독창성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가장 치열한 경합이 예고됐던 스포츠·레이싱 부문에선 예상을 뒤엎고 나우콤의 신개념 액션 달리기게임 ‘테일즈런너’(테런)가 33.3%(총 10표)의 득표율을 나타내며 최고의 독창성있는 게임으로 인정받았다.
‘테런’에 대한 이같은 평가는 레이싱의 개념을 ‘탈것’에서 ‘맨발’로 바꾼 발상의 전환과 전래동화를 바탕으로한 스토리, 이어달리기 등 생각지도 못한 참신한 게임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한 점을 높이 산 결과로 해석된다.
한때 ‘테런’과 함께 ‘포스트 카트라이더’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손오공의 ‘컴온베이비’
와 메가엔터프라이즈의 ‘콩콩온라인’은 나란히 7표를 득표하며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들 두 게임은 현재 케주얼 레이싱게임 시장에서 ‘테런’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 이번 ‘TG어워드’ 독창성 부문 수상작 선정에서도 ‘테런’에 고배를 마셔 아쉬움을 남겼다.
장르 특성상 독창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스포츠게임들은 심사위원단의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엔씨소프트가 자체 게임포털인 ‘플레이엔씨’의 간판 선수로 적극 프로모션했던 테니스게임 ‘스매쉬스타’가 고작 4표를 얻는데 그쳤으며, 한빛소프트의 야구게임 지존 ‘신야구’는 일본 코나미와의 표절 시비가 다소 영향을 미쳤던 것인 지 단 1표를 얻는데 그쳐 체면을 구겼다.캐주얼 부문에선 인라인 레이싱과 뮤직을 버무려놓은 네오위즈의 ‘알투비트’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화료하게 정상에 등극했다. ‘TG어워드2006’ 30명의 심사위원단중 무려 60%에 가까운 17명이 지난 1년간 소개된 게임중 최고의 독창성있는 캐주얼게임으로 ‘알투비트’를 꼽았다. 다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음악과 레이싱을 조화시킨 독특한 컨셉트를 높게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알투비트’는 또 장르구분없이 선정한 전체 독창성 부문 집계에서도 국내외 블록버스트 MMORPG군단에 이어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모션의 ‘오디션’은 비록 흥행면에선 한국과 중국에서 대박을 터트리며 지존자리에 올랐으나 독창성 부문에선 ‘알투비트’의 독주에 밀려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엔씨의 ‘엑스틸’과 NHN의 ‘권호’는 똑같이 4표를 얻으며 공동 3위를 차지했다.
FPS부문에선 국민게임 ‘스페셜포스’와 함께 FPS시장의 양대축을 형성하고 있는 ‘서든어택’이 정확히 60%의 지지율을 보이며 예상대로 1위에 올랐다. 국내 FPS 개발 역사가 짧은 탓에 ‘카운터스트라이크’ ‘콜오브듀티’ ‘레인보우6’ 등 미국산 FPS를 벤치마킹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물속에서 총싸움을 한다’는 ‘서든어택’만의 발상의 전환과 독특한 전투 시스템에 대해 전문가들이 후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에 밀려 온라인 FPS시장 만년3위의 설움을 받고 있는 넥슨의 ‘워록’은 30%를 넘는 점유율을 보였지만, ‘서든어택’과는 적지않은 격차를 보였다.엔씨소프트의 두 해외작 ‘COH’가 종합 평가에선 정상에 올랐지만, 요소 기술별 독창성 부문에선 GE의 선전이 돋보였다. GE는 그래픽·사운드·시나리오 등 3개 요소 기술별 독창성 부문을 싹쓸이하며 3관왕을 차지했다. GE는 나머지 캐릭터와 세계관 부문에서도 선두권을 유지하는 초강세를 나타내며 독창성면에서 뛰어난 작품임을 과시했다.
종합 1위에 오른 ‘COH’는 요소 기술별 평가에선 캐릭터의 독창성 면에서만 1위에 올랐을뿐 나머지 4개 분야에선 GE에 밀려나 눈길을 끌었다. 일본 코에이의 역작 ‘대항해시대’는 단 세계관 부문 1개에서만 1위를 차지했지만, 전 부문에서 고르게 정상권을 유지했다. ‘GE’와 함께 올시즌 최고 기대작으로 분류되는 넥슨의 ‘제라’는 사운드 부문에서만 2위에 올라 라이벌 ‘GE’와 대조를 보였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