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 간(?) 통신 공룡들의 대연합이 세계 통신시장에 ‘빅뱅(대폭발)’을 가져올 것인가.
알카텔과 루슨트테크놀로지가 중국 화웨이의 추격을 막고 선두 시스코를 쫓기 위해 지난 2일(현지시각) 합병에 전격 합의하면서 세계 통신장비 시장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지난주 시스코의 경쟁사인 주니퍼까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화웨이-스리콤’ 인수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나오면서 세계 통신장비 업계는 한치 앞을 바라보기 힘든 대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루슨트-알카텔 합병 의미=합병으로 출범할 통합사는 연간 매출 253억달러, 시가총액 353억달러로 스웨덴의 에릭슨을 누르고 선두 시스코까지 위협할 세계 2위의 통신장비 업체로 올라선다.
한때 세계 통신업계를 주름잡았으나 이제 노쇠한 루슨트와 알카텔의 공동목표는 날로 위축되는 전 세계 통신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중국 3G 통신장비 시장을 함께 공략하자는 것이다.
합병은 136억달러의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진다. 루슨트의 패트리샤 루소는 통합사의 신임 CEO를 맡고 알카텔의 서지 추룩은 회장직을 수행하기로 했다. 새로운 회사명은 추후 결정하고 본사는 알카텔의 근거지인 파리에 두기로 했다.
또 양사는 전체 직원의 10%에 달하는 8800명을 감원하고 해외 유통, AS망 통폐합으로 향후 3년 동안 17억달러의 비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루슨트의 패트리샤 루소 CEO는 “합병을 깨는 회사는 5억달러의 위약금을 문다는 페널티 조항에 사인했다”면서 이번에는 합병이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지난 2001년 합병 협상에 실패했던 두 회사는 이통 업계의 통합과 중국회사의 추격 등 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아오지 못할 배에 함께 올라탄 셈이다.
◇통합 전망=언어와 기업 문화가 전혀 다른 두 거대 기업을 하나로 묶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양사 경영진은 향후 2년내 모든 통합작업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강점을 갖고 있어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우선 지역적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게 거론된다. 알카텔은 현재 매출의 3분의 2 이상을 유럽과 남미·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올리는 반면에 루슨트는 미국시장에서 매출의 3분의 2를 올리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중국을 제외한 세계 시장을 대부분 감당할 수 있다. 또 미국과 유럽, 기타 시장의 매출이 거의 비슷해져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알카텔은 DSL 장비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루슨트는 CDMA 등 무선 네트워크 부문에서 강점을 가져 통합회사는 거의 모든 유무선 장비 시장에서 1, 2위를 예약해둔 상황이다.
통합회사는 R&D 분야에서 통신장비 업계 최대인 연간 26억달러의 예산과 2만6100명의 연구원을 보유하게 된다. 미국 정부의 우려를 산 벨연구소는 동수로 구성된 양측 이사진이 관리하기로 했다. 알카텔도 군사적 가치가 높은 위성사업을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에 떠넘기는 대신 지분을 늘리는 방법으로 프랑스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로 했다.
다만 감원계획에 따른 노조 반발이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신규 노동법 도입을 두고 격렬한 시위를 감행한 프랑스 노조 단체는 알카텔의 감원계획에 강경한 반대 방침을 밝혔다.
◇후폭풍 촉발 예고=이번 합병은 최근 이통업계의 거대 통합이 통신장비 업체로 확산되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미 주니퍼는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화웨이-스리콤’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에 따라 노텔·에릭슨·지멘스 등 나머지 통신장비 업체도 생존을 위한 덩치 키우기에 나서야 할 전망이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
알카텔-루슨트 합병의미와 이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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