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T를 혁신하라]새 컴퓨팅 인프라가 기업실적 쑥쑥 올린다

‘기업 IT를 혁신하라.’

경영과 IT 접목이 빨라지면서 기업의 IT 전산 인프라가 새롭게 평가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산 인프라가 시스템을 구성해 업무 프로세스를 원활하게 구동하면 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전산 인프라가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시스템 구성부터 경영과 전산 인프라를 접목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IT 인프라가 기업 실적을 좌우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을 고려한 전산 인프라를 구축하기 시작했고, 컴퓨팅업체들도 이들의 요구에 맞춰 새로운 컴퓨팅 기술을 내놓았다. 어쩌면 과거 전산 시스템은 고물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기업들은 기존 전산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아키텍처를 만들고 여기에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컴퓨팅 기술에 투자한다. 기업들은 이제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되, 새로운 개념의 컴퓨팅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통한 효과적인 기업 경영이 목표다.

IT거버넌스가 대표적이다. IT거버넌스는 기업의 컴퓨팅 자원을 통제해 회사의 인력은 물론이고 조직까지 총괄 관리하는 방안을 말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IT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여기에서 IT자원은 단순한 인프라의 개념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컴퓨팅 자원의 퍼포먼스를 좌우한다.

초기 IT거버넌스는 학술적인 논의만 이뤄졌으나,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구축에 나서면서 효과적인 구축 방법론을 논의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국내에서는 하나금융그룹을 비롯한 은행권과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IT거버넌스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행보에 착수하면서 IT거버넌스가 본격화할 태세다.

이와 발맞춰, IT서비스업체는 물론이고 주요 컴퓨팅업체들도 자사의 IT거버넌스 전략을 수립, 기업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김찬성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부회장은 “기업들이 경영 환경의 변화에 따라 IT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IT리스크는 기업리스크와 직결 된다”며 “기업들은 IT자원을 보다 강력하게 통제해야만 예상치 못한 경영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중호 서울대 교수는 "IT거버넌스는 조직 목표를 위해 IT의 올바른 사용을 촉진해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설정하는 성과 관리 프로세스”라며 "효과적인 IT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IT 이해 당사자뿐 아니라 전사 차원의 거버넌스 이해와 책임 공유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IT거버넌스와 함께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가 주목받고 있다. SOA는 IT거버넌스보다 협의의 개념이지만, IT인프라의 혁신이라는 측면에서 강조된다. SOA는 기업의 정보 시스템을 공유와 재사용이 가능한 서비스와 컴포넌트 중심으로 묶는 정보 기술 아키텍처를 일컫는다. 이는 기업의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을 정의한 것으로, 시스템을 누구나 이용 가능한 서비스로 간주하고 연동과 통합을 전제로 아키텍처를 구축한다.

전문가들 사이에 SOA는 일찌감치 컴퓨팅 시장을 뒤흔들 핵심 이슈로 간주됐다. 기업 내 업무 프로세스를 바꾸기 위해서는 SOA 구축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현신균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SOA는 서비스를 이용한 전반적인 경영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시스템 구축에 따른 단기적인 비용은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민첩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OA는 2000년대 초 이후 경기침체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다소 늦춰진 국내 컴퓨팅 시장에 새로운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SOA는 SK텔레콤·KTF 등이 일부 업무에 파일럿 프로젝트로 적용했지만, 올해는 보험사를 비롯해 금융권이 인수합병(M&A)에 따른 IT통합에 SOA를 적극적으로 적용, SOA 르네상스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관련업체들도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뛰어들고 있다. SW업체들은 그동안 기업들을 대상으로 SOA 활성화를 위해 암묵적인 동업자 관계였으나, 올해 들어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SOA 구축에 나서면서 차별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한국오라클·한국IBM·SAP코리아 등 관련업체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솔루션은 물론이고 서비스와 협력업체, 컨설팅 등을 전면에 내세워 경쟁업체 따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권우성 SAP코리아 본부장은 “기업이 전산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SOA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SOA는 올해 최대 소프트웨어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도 티맥스소프트와 IT서비스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외산 대 국산 업체 간 시장 경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기업 혁신 5대 컴퓨팅 이슈

올해는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 △엔터프라이즈아키텍처(EA) △IT서비스관리(ITSM) △데이터센터 △보안 품질에 대한 검증의 5가지 분야가 컴퓨팅 분야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가 올해 IT시장 트렌드 발굴을 위해 ‘2006년 IT 톱5 이니셔티브(IT Top 5 Initiatives)’ 조사 결과 나타났다.

◇SOA=기존 IT자원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SOA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제까지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때마다, 개발자들이 기존의 애플리케이션과 연결하는 새로운 코딩작업을 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SOA를 통하면 웹서비스 같은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 개발자들이 코드를 재사용할 수 있게 된다.

◇EA=EA는 IT가 어떻게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지원하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솔루션 차원이 아닌 전사 차원에서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해 하나은행에 이어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대림산업·쌍용화재·수협·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등이 EA 컨설팅을 받았다. 올해에는 EA 컨설팅이 금융·제조·공공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보안=보안 이슈가 금융이나 대기업의 IT기획부서 담당자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용자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다. IT아웃소싱, 데이터센터, 협력사 및 고객과의 실시간 정보 교류, 무선 및 모바일 기기의 증가 등으로 보안 대상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과거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비로소 수습하는 수준의 보안’에서 ‘예방 차원의 보안’이 늘어나고 심화된다.

◇데이터센터 확대=대규모 데이터센터 건립은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보안 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통합하면서 기존 하드웨어 장비를 그대로 옮겨오는 경우도 있으나, 기기 노후로 교체하는 사례도 많아 신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ITSM=ITSM 시장은 이미 도입기를 지나 본격 보급기로 들어서고 있다. 안효성 액센추어 부장은 “지난해 하반기 IT인터넷라이브러리(ITIL) 도입 프로젝트가 중견 SI업체들로 확산됐다”며 “올해는 ITSM 구축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