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컴퓨팅 자원이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경영의 컴퓨팅 의존도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기업 컴퓨팅 자원을 관리차원에서가 아니라 효율적인 통제를 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2∼3년 전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필요성이 언급됐던 IT거버넌스가 본격적으로 태동할 전망이다. IT거버넌스는 컴퓨팅 자원은 물론 인력과 조직까지도 총괄 관리하는 새로운 개념의 컴퓨팅 자원관리방안이다.
다시 말해 컴퓨팅이 경영도구로 자리잡은 만큼 자산 통제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IT 종사자들이 해오던 일을 이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전체 기업 지배구조 차원에서 전사적으로 관리하자는 의미다.
◇IT거버넌스 의미= IT거버넌스는 기업의 전략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 비즈니스와 IT간 연계 강화, 가치 증대를 위한 틀로 이용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이사회, 경영진, IT 관리자 모두가 참여하여 IT 투자 및 위험관리, 효과적 IT 자원관리 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수반되는 프로세스, 리더십, 의사결정체계 및 모든 활동을 IT거버넌스로 정의할 수 있다.
IT거버넌스의 부상은 IT가 경영지원 수준이 아니라 기업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는 전략적 도구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ITGI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3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한 결과 IT 비용이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 사실만 봐도 IT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점점 커진다.
서한준 커니솔루션즈 이사는 “미국 등 해외 경영환경을 살펴볼 때 기업거버넌스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추세여서 IT거버넌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기업투명성, IT투자 성과관리를 위해서라도 IT거버넌스는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됐다”고 밝혔다.
◇IT거버넌스 도입 확산 = IT거버넌스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경영층의 인식부재 등으로 학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해외 주요 사례도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들도 이미 IT거버넌스 솔루션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금융기관과 통신 업체움직임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농협·신한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국제적으로 강화되는 규제에 대비해 올해 IT 거버넌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 KTF·SKT·KT 등 통신업체도 IT 거버넌스 관련 프로젝트를 연내에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IT 거버넌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IT 거버넌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IT에 대한 통제 자체가 기업경영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둘째, 사베인-옥슬리법안처럼 국제적인 규정 준수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이 법률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 업무 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하는데 결국 주요 업무 프로세스의 90% 정도는 IT로 수행되고 있어 IT 통제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갈수록 비즈니스와 IT를 연계(alignment)시키는 일이 과제로 떠오르며 IT 거버넌스가 부각되고 있다.
IT거버넌스가 공급업체쪽에서가 아니라 고객 쪽에서 먼저 나왔기 때문에 기업들의 도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연아 삼성SDS 상무는 “미국에서는 1996년쯤 고객들이 먼저 IT거버넌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면서 “IT쪽 비용이 많이 들어가면서 사용자 측면에서 자꾸 비용이 들고, 이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심을 가지면서 IT거버넌스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도입효과 = IT 거버넌스 기업이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우선 과거 빈번하게 행해졌던 이른바 ‘묻지마 투자’를 막을 수 있다. ROI 분석을 통해 우선 순위, 자원 할당, 사전 기획, 개발 및 통제 모니터링에 대한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정립해 불필요한 비용을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금융기관 등 대기업을 힘들게 하고 있는 사베인-옥슬리법안, 바젤Ⅱ와 같은 외부 규제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무엇보다 IT 투자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IT 관련 지출이 기업의 총수입 중 적게는 2%에서 많게는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가 깊다.
황주현 교보생명보험 전무는 “지금까지는 정보화를 한다면 현업에서 요구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주는 수준이면 됐다”면서 “하지만 앞으로는 잘 쓸 수 있도록 투자한 만큼, 성과가 나는지 피드백을 줘야 할 시점이 됐기 때문에 IT거버넌스가 필요하게 됐다”고 말했다.
◇솔루션 업체들 움직임도 빨라져 = 한국IBM·한국HP·한국CA·볼랜드코리아 등 주요 솔루션 업체뿐만 아니라 액센츄어·투이컨설팅·딜로이트 등 컨설팅 업체들도 IT 거버넌스 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시장규모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IT 거버넌스와 관련된 직접적인 시장 규모를 대략 200억∼300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IT 거버넌스 시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만큼 프로젝트 프로그램 관리 시장을 기준으로 가늠한 규모다.
그러나 IT 거버넌스가 상위 개념으로 IT서비스관리, 컴플라이언스, 균형성과관리(BSC), ROI 시장 등 이미 별도 형성된 시장을 총괄한다고 볼 때 전체 시장은 연간 5000여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가트너 등 세계 IT 전문기관들도 IT 거버넌스를 올해 컴퓨팅 시장의 최대 화두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기 때문에 솔루션 업체의 IT거버넌스 마케팅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