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로 팔아야 하나.’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는 LCD와 PDP TV 가격 때문에 중소 디지털TV(DTV) 업체들이 고민에 빠졌다. 경쟁업체가 언제 또 기습적으로 가격을 내릴 지 몰라 가슴 조리는 ‘가격 스트레스’가 보통이 아니다. 몇몇 업체들은 신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가격을 맞추지 못해 아예 출시를 미루는 말 못할 ‘속앓이’도 앓고 있다.
실제 32인치 LCD TV의 경우 올해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200만원대 후반까지 가격을 낮추면서 중소업체들은 210만원대까지 가격을 내렸다. 하지만 한 달도 못 가서 160만원대로 급락했고, 지난 달에는 150만원대로 떨어져 인치당 50달러벽도 무너졌다.
최근에는 한 업체가 공장 신축기념으로 한시적으로 32인치 LCD TV를 원가 수준인 129만원에 판매하면서 ‘가격 마지노선’ 붕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현재 32인치 LCD TV 패널 가격이 550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할 때 인건비, 유통마진 등을 포함해 적어도 120만원대는 유지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중소 TV업체 한 사장은 “경쟁업체가 밑지고 파는 것은 상관없지만 문제는 불똥이 튀는 것”이라며 “최저가가 탄생하면 유통업체들이 납품 조건으로 그 가격에 맞출 것을 요구해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40인치대 LCD TV를 먼저 출시한 A사는 32인치 LCD TV를 한 달전에 개발해 놓고도 판매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B사는 아예 유통업체에서 제품을 철수해 인터넷 직판으로 전환했다. C사는 기존 제품을 단종하고 저가형 제품을 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재연될 조짐이다.
중소 DTV업체가 주축이된 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 한 관계자는 “최근 몇몇 기업들이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유럽 등 해외에서 부품 가격만 받고 대량 판매하는 사례도 나와 해외에서도 가격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며 “지난해 초만 해도 디스플레이기업협의회 회원사들간에 최소한의 가격 마지노선을 지키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지만 지금은 서로 못 믿는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전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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