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강국으로 가는 길](5)수출 현장을 가다-­미국(하)

미국 북 버지니아 비엔나시에 위치한 핸디소프트글로벌.
미국 북 버지니아 비엔나시에 위치한 핸디소프트글로벌.

미국 동부 워싱턴 D.C. 외곽의 둘레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마치 한국의 테헤란로를 연상시키듯 첨단 IT기업이 입주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다. 미국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MCI와 AOL을 비롯해 CA,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이곳 사람들은 이 지역을 ‘워싱턴 기술 지역(Tech Area)’라고 부른다.

백악관과 펜타곤 등 미 연방정부의 주요 기관이 밀집한 이곳은 글로벌 IT 기업들이 미 공공시장을 두고 접전을 벌이는 곳이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심장부 한가운데서 자신들의 솔루션을 판매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SW기업인 핸디소프트도 이 전쟁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핸디소프트는 지난 98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시도, 다른 IT기업과 마찬가지로 첨단 벤처기업이 즐비한 미국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설립했다. 이후 1년뒤인 99년, 이곳 워싱턴 기술 지역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미 연방정부 시장을 타깃으로 잡은 핸디소프트는 고객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이전하고 미국 도전을 본격화한 것이다.

◇9년의 노력, 결실을 바라본다=한창 닷컴 버블이 일던 90년대 말 핸디소프트는 국내 그룹웨어 시장 1위를 기반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길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로부터 9년. 핸디소프트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나서 이제야 그 결실을 거둬들일 채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핸디소프트 미국법인(핸디소프트글로벌·대표 안재경)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은 △선택과 집중 △한국과 미국의 조화로 대표된다.

핸디소프트글로벌은 설립 후 지금까지 비즈플로우로 대표되는 BPM제품으로 한결같이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의 SW기술력과 미국의 영업·마케팅을 접목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자가 이곳을 방문한 지난 3월말 오전 10시. 워싱턴 D.C. 인근 북 버지니아 비엔나시에 위치한 빨간 벽돌 건물 2층의 핸디소프트글로벌 사무실에 들어서자 금발 여직원이 반갑게 인사한다. 핸디소프트글로벌의 현재 인원은 80여 명. 이중 80%는 모두 현지인이다. 본사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인원만이 한국인이다. 영업·마케팅·재무 등 미국 시장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분야는 모두 현지인이다. 핸디소프트글로벌은 단순히 현지 직원을 많이 채용하는 식의 표면적인 현지화가 아니라 기업의 회계관리를 철저히 미국시장에 맞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년간 회사 소개부터 각종 투자에 이르기까지 현지 고객사와 투자자들이 핸디소프트글로벌을 신뢰할 수 있도록 기반을 쌓았다. 또 매출과 판매에 대한 구분, 매출 인식시기 등 한국과는 다른 미국의 회계방식을 철저히 수용했다.

핸디는 미국 내 상장 작업을 위해 지난해 윌리엄 채터튼 부사장 겸 CFO를 영입하는 등 더욱 투명성 높은 회계관리에 힘쓰고 있다. 윌리엄 채터튼 부사장은 미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솔루션 업체인 마이크로스트레이티지에서 6년간 재무부장(Treasurer)을 역임한 기업 재무·IR·재무기획·분석업무 전문가이다.

영업도 마찬가지. 핸디소프트글로벌의 대표 솔루션인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제품은 오피스 프로그램이나 웹에디터처럼 패키지로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철저하게 고객의 기존 애플리케이션에 맞춰 최적화돼야 하는 솔루션이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파악하고 개선해줘야 하는 서비스 제품이다. 브라이언 박스만 영업 및 운영담당 이사(COO)는 “좋은 SW를 팔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핸디를 선택했다”면서 “핸디 제품은 쓰기 편하고 저렴한 장점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전세계 275개 기관에 제품 공급=핸디소프트글로벌은 초창기 미국 공공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무리한 조건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다할 레퍼런스(준거) 사이트가 없었던 핸디소프트글로벌은 장기적으로 시장확대에 토대가 되는 주요 레퍼런스를 정하고 수주 총력전을 펼쳤다. 그결과, 핸디는 정부시장에서는 미국연방표준기술원(NIST)을, 기업시장에서는 존슨앤존슨에 집중해 레퍼런스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핸디는 현재 BMW·산요·허니웰·리바이스·NTT도코모·ING다이렉트 등 전세계 275개 기관에 총 17만5000 유저(사용자)를 확보했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각)에는 미 연방정부 정보기관에 300만달러 규모의 BMP솔루션 ‘비즈플로우’를 납품하기로 계약도 맺었다. 국산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소프트웨어를 미국 연방정부 정보기관에 제공하는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 수주는 핸디가 98년 미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이다. 핸디소프트는 이번 계약으로 미국 법인 설립 이후 미 상무부·국방부·국립보건원 등에 BPM솔루션을 공급한 이래 총 40개 미국 정부 기관에 솔루션을 공급하게 됐다. SW 수출 불모지로 여겨지는 미국에서 9년간 고군분투한 결과다.

윌리엄 채터튼 부사장은 “2005년은 핸디소프트글로벌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한 해였다. 영업 측면에서만 성장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체질 개선을 통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를 마친 한해 였다”면서 “올해도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안재경 사장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은 단거리 경기가 아닙니다.”

안재경 핸디소프트글로벌 사장은 이제 막 미국 시장에서 경기를 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고 말했다.

핸디소프트글로벌은 98년 국제통화기금(IMF) 시절, 국내 SW기업 중 가장 먼저 미국 시장에 눈을 돌린 기업이다.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가 바로 미국이었다.

“처음 미국법인을 세울 당시에는 그저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얻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안 사장은 9년 전 미국 진출 초기 정확한 시장조사 없이 사무실을 차렸던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지금도 많은 국내 SW기업들이 이런 우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98년부터 2001년까지 미국 시장에 핸디소프트란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전개했습니다. 미국연방표준기술원(NIST)과 존슨앤존슨을 레퍼런스로 확보하기 위해 총력전을 폈습니다.”

안 사장은 이 당시 레퍼런스를 무조건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도입 고객이 원하는 값어치의 10배를 공급하는 배팅을 했다고 밝혔다. 또 프로젝트 실패 시에는 모든 경제적 책임도 감수한다는 서약까지 하고 사업을 따냈다. 두 고객은 지금도 핸디소프트의 제품과 기술을 입증하는 최대 레퍼런스로 꼽히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케팅과 영업 체제를 재정비하고 미국 비즈니스에서 통할 수 있는 사람만을 고용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미국 시장 진출 성공의 최대 관건은 비즈니스 리더십과 기술의 조화다. 미국 시장에서 통하는 철저히 현지화된 비즈니스 리더십에 강력한 기술 경쟁력을 융합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핸디소프트글로벌은 지난해 설립이래 가장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05년 하반기에만 금융권과 미국 공공시장 분야의 실적 호전에 힘입어 전년대비 79%의 영업 성장을 기록했으며, 특히 미 연방정부를 상대하는 공공 분야에서는 전년대비 93% 정도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안 사장은 “핸디소프트글로벌을 미국 비즈니스 리더십과 한국 기술이 잘 녹아든 용광로(melting pot)로 만들 것”이라면서 “미국 시장에 한국 SW우수성을 입증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비즈플로우는 어떤 제품

-미 공공기관에 납품된 핸디소프트의 비즈플로우는 어떤 제품?

핸디소프트글로벌의 ‘비즈플로우(BIZFIOW)’는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소프트웨어다.

비즈플로우는 기업이나 기관 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사업 단위, 파트너 간에 모든 프로세스를 시작에서 종료까지 정의하고 자동화·감시·측정·관리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이 제품은 기업 내·외부의 활동을 분석하고 설계하는 업무 분석과 피드백을 통해 프로세스를 재개선하는 통합 솔루션이다.

이 솔루션을 설치하면 기업이나 기관들은 원가절감과 시간 절약, 자원 최적화를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 또 업무감사와 모든 작업의 시작과 끝을 측정하고 고객만족, 회사 정책과 규정 실행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또 중복된 업무를 감소하고 사업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BPM을 적용하는 기업이나 기관은 진정한 의미의 실시간 기업(RTE) 환경을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