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D "죽기엔 아직 이르다"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적당히 큰 것도 괜찮다?’

최근 플래시메모리 용량의 급팽창으로 HDD 산업 위기론에 직면한 HDD업체들 간에 플래시메모리와의 경쟁에서 극단적인 소형화 전략이 아니더라도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C넷이 4일(현지시각)은 당초 플래시메모리의 고용량화에 따른 1인치 이하의 미니 HDD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세계HDD업계에 외형은 커도 저장용량이 월등한 ‘준중형급’ HDD개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서 이채다.

최근 유통되는 최신 1인치 HDD 제품의 경우 저장용량이 최대 8GB로 영화 한편을 다운받기에도 모자란 것이 단점. 이보다 한단계 큰 1.8인치 HDD는 저장용량은 80GB에 달하지만 휴대폰에 내장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크다.

지난해 말 1테라바이트급 3.5인치 HDD를 개발한 히타치의 빌 힐리 마케팅 부사장은 “1인치와 1.8인치의 중간규격의 HDD제품이 나올 경우 휴대성과 저장용량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DD업계는 극단적인 소형화보다는 대용량을 내세워 플래시메모리 진영에 맞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1.3인치 HDD를 개발할 경우 1인치보다 저장용량은 두 배나 많고 휴대폰 내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시장수요에 가장 부합하는 규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요즘 인기 높은 PMP의 경우 덩치 큰 영화파일을 재생을 하면서도 적당한 휴대성까지 갖춰야 하기 때문에 ‘준중형급’ 제품이 유리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시게이트는 여전히 0.85인치 초소형 HDD시장에 주력하고 있어 중용을 지키자는 히타치의 전략이 실현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올해로 50주년을 맞는 HDD업계가 가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휴대성과 대용량 중에서 어떤 전략을 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