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예사롭지 않은 IT기업 수익성 악화

 12월 결산 상장 IT기업들의 작년 경영 실적은 지난해 우리 경제의 암울했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가 피부로 느껴 오던 IT경기 침체가 그대로 IT기업 실적에 나타난 것이다. 대부분 매출은 한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고 수익성은 크게 떨어졌다. 내수산업에 해당하는 통신업종만 수익성이 향상됐을 뿐 나머지 업종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IT가 핵심 수출산업이고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이런 IT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우리 경제 전체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IT제조업만 따지면 최악의 모습이다. 거래소 상장 63개 전자전기업체는 매출이 전년보다 1% 줄어든 것은 물론이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최악의 경영실적을 보였다. 국내 IT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삼성SDI·LG필립스LCD 등 간판기업이 매출감소에다 순이익이 30∼70%씩 급감하는 등 더 고전했다.

 특히 코스닥 IT 하드웨어업종 234개 기업은 수익성 악화가 심각할 정도다. 허약한 체질을 그대로 드러냈다. 매출이 6.4% 증가했는데도 영업이익이 35.6%, 순이익이 59.5%나 각각 감소했다. 한마디로 속빈 강정 같은 실속 없는 경영실적이라는 점에서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IT기업의 채산성이 나빠진 것은 고유가와 환율 하락 탓이다.

 그나마 비관 속에서도 희망을 찾는다면 올해 들어 IT 수출이 갈수록 살아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IT수출이 93억6000억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월간 수출 90억달러대를 회복했다. 여기에 세계 경제의 완만한 상승, 수출시장 다변화, 독일 월드컵 및 아시안 게임 등의 호재로 수출증가세가 지속되고 하반기 이후 IT제품 가격이 반등하면서 실적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과연 그렇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업의 목을 죈 국내외 경영여건이 개선되기는커녕 더 나빠지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가파르게 진행되는 원화 강세 현상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가 하면 국제 원자재값도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자재 대란을 우려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요인인 환율과 유가가 우리 힘으로는 통제하기 힘든 요인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 기업은 미국·일본·유럽 수출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애써 닦아놓은 텃밭을 계속 빼앗아 가고 있다.

 국내 환경도 좋지 않다. 요즘의 기업 경영환경이 최악이라고 말할 정도다. 현대 수사 등으로 재계는 무척 어수선하다. 특히 재벌의 변혁을 촉구하는 사회적 요구도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일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기에는 쉽지 않은 여건이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며 선거 정국으로 서서히 접어들고 있어 경제 살리기는 뒷전으로 밀리는 형국이다.

 지난해 IT기업 실적은 IT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기는커녕 위기적 상황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우리 경제를 지탱해 주는 IT수출에 제동이 걸리고, 기업 실적이 후퇴한다면 나라 전체에 미칠 영향이 어떠할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의 경제현실이 예사롭지 않은만큼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경제살리기’에 두어야 한다. 정부는 기업들이 마음놓고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국을 먹여 살리는 IT기업을 계속 낭떠러지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IT기업도 대외여건 변화를 예의주시하면서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