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유출, 저가 입찰, 기술 도용 등 고질병으로 IT 서비스 업계가 중병을 앓고 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사는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비보안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던 H사의 프로젝트매니저(PM)를 스카우트해와 이 사업의 2단계 프로젝트에 응찰했다. 1단계 사업의 주관사였던 H사 측 PM이 기술적 노하우와 각종 영업 비밀을 갖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결국 S사는 지난 2월 말 2단계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이에 대해 H사의 사장은 “그룹 내 SM 사업 물량도 많은 대형 IT 서비스 업체가 이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중견 업체로서는 매우 곤혹스럽다”며 “해당 업체인 S사의 사장에게 비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했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업계 차원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눈앞에 수주냐 아니냐가 보이는데 누군들 낮게 안 써내겠습니까?”
입찰에 앞서 사업 수익성 검토 프로그램 가동을 의무화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대형 업체 공공담당 임원도 저가 입찰의 유혹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진다. 실제로 K사는 지난 1월 신협의 ‘차세대금융시스템 구축 사업’을 100억원에 수주했다. 이 업체가 제시한 입찰가는 당시 예상 사업비의 절반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저가 입찰은 신생 업체나 벤더에서 IT 서비스 분야로 돌아선 업체에서 빈발했다. 프로젝트 수행 실적이 없으면 수주는 물론이고 응찰 자체도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형 업체들 역시 저가 입찰 대열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시장의 질서나 상도의가 이미 붕괴 상태라는 증거다.
통상 업계에서는 사업 예산의 60% 수준을 입찰가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하로도 가격을 써내는 곳이 많다. 예산액과 비공개 예가의 차이를 계산한 일종의 ‘베팅’인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도박이 실제로 입찰 현장에서 수주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문형남 숙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저가 입찰은 결국 시스템의 부실 구축을 낳는다”며 “이 같은 사실을 발주처도 인지하고 입찰 과정상 시스템적 보완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국내 중소 IT 서비스 업계를 중심으로 솔루션 개발 바람이 불면서 각종 첨단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사활을 걸고 개발에 성공한 솔루션에 대형 업체들이 뒤늦게 참여하는, 이른바 ‘무임 승차’ 현상이 잦다.
바이오ID에 대한 원천기술 보유로 특히 해외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H사는 이 솔루션의 개발에 최근 S전자가 뛰어든 것을 뒤늦게 확인, 잔뜩 긴장하고 있다. S사가 본격 개발에 나선 이상 자사 핵심 인력의 유출과 후속 사업 축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입찰 결과에 대한 불복 관행도 문제다. 지난달 K사가 따낸 466억원 규모의 인천공항 통신시스템 프로젝트와 관련, 탈락 업체인 D사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수주 업체인 K사를 상대로 또다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업계에 만성화된 불복 관행도 시장 발전에 큰 걸림돌이라는 분석이다.
류경동기자@전자신문, nin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