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봄도 모르나 보다. 개나리 진달래가 새봄을 맞아 화사하게 피어나듯 경제도 되살아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지금 우리한테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발등의 불이다. 정부도 엊그제 ‘질 좋은 성장 로드맵’을 내놓았다. 성장 회복과 일자리 창출, 분배 개선이 골자다. 정치권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회생책을 내놓고 있다. 국민 복지도 일하는 이가 많아야 향상되는 법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치는 희망을 만드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정 의장은 지난달 31일 전국 편집·보도국장 세미나에서 “양극화 해소와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차세대 인재 양성, 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 극대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신성장동력 산업 지원 등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도 지난달 28일 열린 2080CEO 포럼에서 “빈곤과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경제 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를 위한 중산층 복원 방안으로 작은 정부 지향, 과감한 감세정책, 규제 혁파를 통한 투자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며 대기업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의 이런 정책 제시는 국민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하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 전략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 만약 실천 프로그램이 없다면 정책 의지를 의심받는다. 립서비스라고 할 것이다. 정부와 구체적으로 협의하지 못하거나 예산 지원책 및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다분히 표를 의식한 정치적 언행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경제의 빗장이 열린다. 기업이 뒷짐 지고 서 있으면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시급한 것은 기업인이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다시 뛰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일이다. 과도한 규제와 고임금, 노사 분규, 비싼 토지가격, 금융 지원난, 높은 세금, 반기업 정서 등이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이런 점을 많이 개선했다고 하지만 기업은 아직 경제회생의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아무리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말해도 성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샌드위치 신세다. 후발국한테는 기술 추격을, 선진국한테는 견제를 받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당장 경제회생의 걸림돌을 치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칭기즈칸을 도와 몽고제국을 건설하는 데 기여했던 야율 초제가 칭기즈칸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오고타이칸이 국가개혁 방안에 대해 묻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한 가지 좋은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이 상책입니다. 한 가지 일을 보태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합니다. 그러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그간의 일 중 잘못된 것을 없애는 것이 낫습니다.”
우리는 어떤가. 현재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는 자꾸 새로운 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기업이 잘못한 점은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경제회생에 장애물이 있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정부와 협의해 해소해 나가야 한다. 여야의 정책실천 하나가 경제회생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