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퀄컴 조사가 가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소재 퀄컴코리아 사무실에 이어 5일에도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의 구매 및 상품 기획팀 관계자들을 상대로 CDMA 원천기술 보유업체인 퀄컴과의 거래현황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였다. 본보 4월 5일자 6면 참조
퀄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는 지난 97년 퀄컴코리아가 설립 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퀄컴코리아는 전격적인 공정위 조사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정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누가, 왜?=공정위 조사가 시작되면서 업계 관심은 누가, 왜 공정위에 퀄컴을 제소했는 지로 모아지고 있다. 거대공룡 퀄컴을 상대로 도전장을 제시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현재로선 퀄컴이 디지털카메라, MP3 제어기술 등을 결합한 원칩을 사실상 독점 공급한 것이 제소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퀄컴이 이미지 컨트롤, 디지털카메라, MP3 등 모든 기능을 통합한 원칩 솔루션을 내놓으면서 영업에 악영향을 받고 있는 중소 기업들이 반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국내 업체들은 퀄컴의 등장으로 국내에서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퀄컴은 한국 휴대폰 제조사에 사실상 모든 시스템을 통합한 CDMA 칩셋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며 “디카, MP3 등 기술을 휴대폰에 이식해 왔던 기업들이 이 같은 퀄컴의 영업행위를 문제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행상황 및 전망=공정위는 4일 퀄컴코리아 및 휴대폰 제조사에서 수집한 영업일지 및 구매관련 서류 등 자료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중이다. 5일에는 휴대폰 상품기획팀 등을 대상으로 퀄컴과의 거래계약 관계 등을 집중 조사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공정위 수사의 초점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휴대폰 제조사 구매부서에 맞춰 있다”고 “하지만 조사 취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공정위 조사가 막대한 휴대폰 로열티를 거둬가는 퀄컴을 재조명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퀄컴은 한국 기업들에게는 사실상 양극단의 기업이미지를 가진 기업”이라며, CDMA에 이어 유럽식이동통신(GSM) 기반의 3세대 WCDMA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팬택계열은 현재 생산하는 WCDMA 단말기에 퀄컴 칩세트를 100% 채택중이다. LG전자도 소니에릭슨의 ‘EMP’ 칩세트 채택 비중을 대폭 줄이는 대신 퀄컴 제품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FTA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다 최근 한국 반도체 기업에 대해 미국이 불리한 판정을 내린 것도 영향을 미친 거 같다”면서 “아무래도 이런 협상을 의식하는 등 다목적용이 아닌가 싶다”고 내다봤다.
한편 퀄컴은 지난 94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로부터 모두 21억6000만달러(2조1733억원)의 로열티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