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입맛에 맞춰라!’
산업용 PDA 업체들이 해외 수출을 위해 현지 사정에 맞는 ‘특화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일부 업체는 기후 등을 감안한 제품을 개발, 출시하고 있으며 현지(로컬) 통신사 인증 획득도 추진하고 있다. 산업용 제품이지만 키패드 위치를 변경하는 등 현지인이 선호하는 디자인 구축도 한 흐름이다. 영업과 관련해서는 국내 레퍼런스를 적극 활용, 과거 수량 위주의 수출에서 ‘백화점용 모바일 POS’ ‘도시가스 검침용 PDA’ 같은 국내 성공사례 기반 제품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뚫고 있다.
◇현지 시장 파악이 중요=모바일컴피아(대표 조성제)는 최근 급증하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수출을 위해 현지 기후를 고려한 산업용 PDA를 개발, 납품하고 있다.
동남아는 고온 다습하고 사막기후의 영향으로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만큼 기존 국제 규격 충족만으로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제품 외부 패킹을 강화하고 방수 측정을 위해 관련 연구 직원도 충원했다.
모바일컴피아 측은 “과거 미국산을 쓰고 있던 이 지역 바이어들은 제품 방수, 방진 성능에 대해 가장 불만이 높았다”며 “이를 개선한 ‘M3’ PDA를 출시해 최근 3곳의 유통·식음료 업체에 제품을 이미 납품했고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인포무브(대표 배용준)는 인도·대만지역 공략을 위해 아예 인도 현지에 R&D연구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의 우수한 IT인력을 충원, 현지화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배용준 인포무브 사장은 “인도 등의 지역은 이동하면서 복권 등 물건을 파는 상점이 많기 때문에 현지 시장 파악을 위해 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연구원은 인도 출신을 대거 채용해 시장 파악과 기술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인증은 필수=국제 인증도 해외 수출을 위해 국내 PDA 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특히 오는 7월 발효 예정인 EU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준수가 주 타깃이다.
블루버드소프트(대표 이장원)는 RoHS 준수를 위해 지난해 중순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부품 거래처를 일부 변경했다. 이 회사는 올 1월 관련 기술과 제품 개발을 마쳤고, 다음달 이를 적용한 PDA를 국내외에 출시할 방침이다.
블루버드소프트 측은 “유럽은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시장이기 때문에 EU 공략을 위해 기술 개발을 이미 마쳤다”며 “특히 경쟁사에 비해 관련 제품을 먼저 출시하기 위해 모든 PDA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GSM 등 현지 통신망을 이용한 산업용 PDA가 늘면서 이에 대한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모바일컴피아는 지난해 말 포르투갈 통신사에 GSM 인증을 마치고 현지에 제품을 공급중이며, 블루버드소프트·이노텔레텍도 국제 인증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KT파워텔에 주파수공용통신(TRS)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 인포무브는 해외 TRS 인증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국내 레퍼런스 적극 활용=현지화 노력은 영업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물량 확보를 위해 ‘무차별적 영업’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국내 성공 분야를 기반으로 해외 관련 기업에 집중하는 ‘선택적 영업’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집배원용 PDA 시장을 석권한 이노텔레텍(대표 정재웅)은 일본 우정성 등 해외 집배원 PDA 시장 공략에 힘쓰고 있다. 세부적인 운용체계(OS)는 현지마다 다르지만 기본 프로세스는 비슷한만큼 국내 우체국 영업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지난해 한국전력·해양도시가스 등 전력·가스검침 국내 시장을 석권한 모바일컴피아는 국내 영업 실적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가스회사 등에 관련 제품을 납품했고, 국내 백화점 ‘모바일 POS’ 시장 점유율 90% 이상인 블루버드소프트는 미국 월마트에 단말기를 결제용으로 소량 납품했다. 모비트론도 국내 영업 실적을 앞세워 하와이안 에어라인 항공사에 면세품 판매용으로 자사 PDA를 최근 공급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