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는 미래에도 주역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경제는 물론이고 사회 정치 등 모든 영역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위에 있었던 서구 국가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인지 하는 고민과 그 해답을 모색하고 있다. ‘지속적 성장’에 대한 의문에 봉착한 서구 국가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에 적용, 대응책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의 소산인 셈이다.
최근 경제적 양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한 사회 모델은 서구 선진국에서 태동해 전 세계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성장’이라는 개념은 200년 동안 유럽의 경제와 사회 정책에 특징을 부여했다. 경제 성장률은 한 사회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것처럼 보인다. 성장이 없으면 복지도 없고, 일자리도 없고, 균형잡힌 예산도 없다. 하지만 과거와 같은 성장률은 사라지고 없다.
이제 과거 고도 성장기의 성장률 개념은 신화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서구 선진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몇년 전부터 각 나라는 한자릿수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게다가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 빈곤층 확대, 청년실업 증가 문제까지 겪고 있다.
독일의 유명한 사회 연구가 중 한명인 저자는 예리한 분석력으로 모두가 어렴풋이 감지하는 것을 논쟁의 핵심으로 끌어들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유럽의 경제와 사회 정책은 극단적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성장과 복지, 고용이라는 개념을 근본적으로 새롭게 정의하라고 촉구했다.
유럽과 서구의 성공 모델은 세계화된 21세기에 양적인 성장 모델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우리의 정신적 문화적 물질적 원료를 창의적이고 절약하면서 사용해야 하며 기존 에너지를 좀더 편명하게, 더 오래 그리고 많은 연대의식을 가지고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구 사회가 미래를 얻고자 한다면 의미없는 팽창이 아니라 절제와 균형이라는 미덕을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영화를 누렸던 서구 사회는 늙고 배부르고 물질적인 과잉 속에서 살며 정체돼 있다.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세계의 주역이었던 서구가 퇴장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이 책의 저자는 역설했다.
마인하르트 미겔 지음·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펴냄. 1만5000원.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