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정 경쟁하는 IT환경 만들자

 우리 기업들이 여전히 인재유출과 저가입찰, 기술도용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행태는 결과적으로 IT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IT산업 재도약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서 시급히 고쳐야 한다. IT강국이라는 나라에서 기업 간 불공정 거래가 잇따른다면 해당 기업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치열한 국제경쟁 시대에 대외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단기 성과주의에 빠져 상대 기업의 고급 인력을 빼오거나 저가입찰로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하고, 이것도 모자라 상대 기술까지 도용한다면 기업 간 상생협력이나 동반성장은 기대할 수 없다. 최근 들어 정부와 경제단체 등이 강조하고 있는 상생협력이나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기반도 구축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모 업체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비보안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있던 기업체의 프로젝트매니저(PM)를 스카우트해 이 사업의 2단계 프로젝트에 응찰, 사업을 수주한 일도 있다고 한다. 1단계 사업을 수주했던 기업체는 그 분야 인력을 다른 기업에 빼앗기고 2단계 사업도 수주하지 못했다니 그로 인한 배신감이 대단할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고질병인 저가입찰도 다시 등장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분별력을 잃어 국내 굴지의 모 업체는 지난 1월 국무조정실이 발주한 ‘통합국정관리 ISP 사업’을 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2억3000만원에 따냈다고 한다. 대기업이 저가입찰에 가세하면 중소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특히 프로젝트 수행 실적이 없는 신생기업은 수주는 물론이고 응찰 자체도 제약을 받고 있는 판에 대기업이 저가입찰에 가세한다면 설자리를 잃는다.

 저가입찰은 제 살 깎아먹기 식인데다 시장질서를 혼탁하게 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일이다. 이런 현상이 만연하면 기업 간 상도의가 무너지고 만다. 저가입찰은 통상 사업 예산의 60% 수준이라고 하는데 경우에 따라 그 이하로도 가격을 써내는 곳이 많다니 예삿일이 아니다. 저가입찰은 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부실공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저가수주가 등장하다 보니 입찰 결과를 놓고 업체 간 법적 분쟁도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저가입찰에 관해서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정부에서 보완책을 내놓았지만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니 이번에는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또 국내 중소 IT서비스 업계를 중심으로 솔루션 개발 바람이 불면서 각종 첨단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지만 대형 업체들이 같은 분야에 뛰어드는, 이른바 ‘무임 승차’ 현상도 잦다고 한다. 이 경우 당장 대기업에서 핵심인력 스카우트가 시작되고, 기존 업체는 인재유출로 인한 후속사업 차질이 우려돼 크게 긴장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이런 행태는 IT산업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다. 기업 경쟁력을 높이려면 미래를 내다보면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고 단기 성과에 사로잡혀 기존 시장질서를 어지럽히고 상대 기업이야 어떻게 되든 인력을 빼낸다면 그것은 곧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저가입찰, 전문인력 빼오기 등은 상생협력이나 동반성장과는 거리가 멀다.

 기업 간 상생할 수 있는 경쟁의 틀을 지키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최고의 품질과 앞선 기술 서비스를 무기로 공정경쟁 틀 안에서 경쟁할 때 동반자적 관계가 유지되고 기업 간 기술교류나 자금지원 등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의 이런 잘못된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공정거래제도를 확립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