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포럼]문화기술 개발의 활성화를 위하여

[문화콘텐츠포럼]문화기술 개발의 활성화를 위하여

 최근 몇년간 정부의 신성장동력 사업의 주요기술 중 하나인 문화기술(C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기술이란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해 방송·영화·음반·애니메이션·게임·음악 등 문화예술 산업을 첨단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기술을 총칭한다.

 문화기술 정의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아직 세계적으로 통용되지는 않으나 각국의 문화산업과 관련된 기술을 살펴보면 그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 미국의 문화기술은 블록버스터급 영상의 특수효과 및 애니메이션 제작기술로 정의돼 세계 영상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영상제작 관련 SW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창조기술(Creative Technology)로 정의하며 영국이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는 문학작품과 음악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계를 이끌고 있다.

 전 세계 문화산업 규모는 지난 2003년 1조1480억달러 규모였으며 연평균 5.2% 성장을 지속해 올해는 1조37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이미 세계 문화산업 종주국으로 자리잡았으며 이의 수성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영국도 콘텐츠산업을 창조산업으로 명명하고 규모면에서 국내총생산(GDP)의 10% 달성과 100만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중국은 2000년 100억달러에 불과했던 문화산업 규모가 올해에는 1600억달러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문화산업을 이끌어갈 핵심요소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문화기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기술에 관심이 커지면서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세계 시장을 주도할 우리만의 기술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명쾌한 답이 떠오르지 않다. 그래서 다음 두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문화기술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 영국의 인류학자 E B 타일러는 “문화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등 인간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획득한 능력 또는 습관의 총체”라고 정의했다.

 타일러의 정의에 따른다면 미국 영상산업 기술과 영국 문학작품 등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 시장을 주도할 문화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본질은 무엇인가에서 출발해야 한다. 얼마 전에 끝난 WBC에서 전 세계 사람은 우리나라 야구에 “미국 힘의 야구와 일본 현미경 야구를 접목한 독특한 야구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동남아에서 시작해 세계로 퍼져가는 한류 열풍 등의 예를 보면 우리가 가진 문화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일상생활에 잠재한 문화의 본질을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지만 기술개발 분야별로 인문·사회·예술·공학의 전문가 집단을 구성, 분야별 정체성을 확립한 후 이를 기술로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 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문화콘텐츠 기술개발 과제의 실용성 확보다. 문화콘텐츠 제작 시스템은 기획·제작·후반작업 과정을 거친다. 미국은 특수효과 영상을 만들기 위해 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연구 개발자 세 그룹이 공조체계를 확립했다. 디자이너 또는 감독은 기획된 시나리오에 창의력을 발휘해 특수효과 영상의 전체 구도를 잡고, 프로그래머는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한다. 영상제작을 위한 SW가 없으면 연구개발 그룹에서 새로운 SW를 개발해 공급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개발되는 SW가 사용을 기다리는 SW라는 점이고, 그 SW는 영상산업에서 첨단기술로 인정받는다는 사실이다. 즉 새로운 기술개발의 주제는 감독 또는 시나리오 작가의 상상력에서 출발하며, 공학기술자는 그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SW를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영상물이 제작될 때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SW 개발이 함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문화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이처럼 개발된 SW가 실제 산업에 활용되고, 실제 산업에서의 요구가 새로운 SW 개발로 이어지는 순환적 시스템을 이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윤경현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khyoon@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