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컴퓨터가 드디어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운용체계(OS) 수용에 나섰다.
애플은 5일(현지시각) 자사의 인텔 칩 기반 컴퓨터인 맥(Mac)에서 MS의 윈도 XP를 구동할 수 있게 하는 SW인 ‘부트 캠프(Boot Camp)’의 베타 버전을 자사 웹 사이트에 공개,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앞으로 애플은 부트 캠프를 애플의 OS 다음 버전인 ‘맥 OS X 10.5(코드명 레오파드)’에 통합해 선보일 계획이다. 통합된 제품은 오는 8월 ‘월드와이드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시연된다.
애플은 부트 캠프에 대해 기술 지원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또 MS의 차기 윈도 OS ‘윈도 비스타’가 맥에서 가동되도록 지원하는 문제를 밝히지 않았고, MS도 부트 캠프가 윈도 비스타와 함께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부트 캠프는 인텔 칩 기반 맥 사용자가 맥 OS X와 윈도 XP 중에서 OS를 선택해 부팅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PC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는 윈도 OS 사용자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OS의 윈도 지원 배경=고객들의 편의성으로 요약된다. 애플은 지난 90년대 중반 도스(DOS)와 윈도를 가동할 수 있도록 x86 계열 프로세서가 포함된 플러그인 카드를 지원하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선보였다가 곧 중단한 적이 있다. 애플이 지난 1월 처음으로 파워PC 칩이 아닌 인텔 칩(코어 듀오)을 장착한 맥을 발표한 후, “애플이 맥에서도 MS의 윈도 OS를 가동할 수 있게 할 것”이란 추측이 난무했다.
그 동안 애플은 맥 이외의 컴퓨터에서 맥 OS X가 가동되는 것에 대해서는 적극 막아왔다. 반면 맥에서 윈도 OS를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서는 막지도 않았지만 적극 지원하지도 않아 왔다.
결국 애플의 이번 방침은 고객들의 “맥에서 윈도 OS를 이용할 수 있게 하라”는 요구를 수용한 셈이 됐다.
<>반응과 전망=케빈 커츠 MS 윈도 클라이언트 담당 이사는 성명에서 “애플 고객들이 윈도를 운용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애플이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려 한다는 점이 기쁘다”고 밝혔다. 윈도 OS 관련 사항에 대해 대부분 냉소적이었던 맥 마니아들도 이번 발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글로 맥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판을 채웠다.
필립 쉴러 애플 컴퓨터 수석 부사장은 “애플은 윈도 OS를 판매하거나 지원할 의사나 계획이 없다. 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애플의 뛰어난 하드웨어에서 윈도를 이용하는 데 관심을 보여 왔다. 우리는 부트 캠프가 컴퓨터 교체를 고려 중인 윈도 사용자들이 맥을 매력적인 제품으로 보게 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폴 잭슨 포레스터 리서치 분석가는 그 동안 업무용 PC와 호환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윈도 기반 프로그램을 사용하려는 강한 욕구 때문에 맥을 선택하지 않았던 홈 사용자들이 맥으로 전환할지도 모른다고 내다 봤다. 그는 애플의 이번 조치가 윈도 XP의 판매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MS에게 좋은 소식이지만, 그 동안 애플과의 시장 점유율 경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던 PC 업체들에게는 나쁜 소식이라고 말했다. JP모건 체이스는 이번 뉴스가 최근 어떤 뉴스보다 애플이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