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대기업들이 정부 및 관련업계와 공조해 자사 공장(팹) 내에 장비·재료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팹’을 조성, 중소 장비·재료업계 육성을 통한 ‘상생 협력’에 적극 나선다.
‘평가 팹’은 지난 2001년부터 꾸준히 검토돼 온 중소 장비·재료업계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는 대기업 공장 내부가 아닌 별도의 공간에 독립된 형태로 조성을 검토했으나, 팹 구축 비용과 부지 확보 등에 따른 막대한 소요 예산 때문에 번번히 좌절돼 왔다.
이번에 정부와 대기업 등이 추진하는 ‘평가팹’은 기존 소자·패널업체의 팹과 연계해 미니평가팹 형태로 운영함으로써, 투자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개념이다. 이에 따라 20% 이하에 머물고 있는 장비·재료의 국산화율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필립스LCD·하이닉스·동부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주요 소자·패널업체와 유관 협회 및 정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 소자·패널업체 공장 내에 소규모 ‘반도체·디스플레이 평가 팹’을 구축한다.
이 평가팹은 장비·재료의 수요기업인 대기업들이 일정규모의 공간(평가팹)과 인력을 제공하고 중소기업의 장비·재료를 평가해 일정 조건을 충촉할 경우, 평가 인증서를 수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중소기업들은 평가팹에서 발부한 인증서를 활용해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 개척도 가능해지고, 평가 결과에 따라서는 해당 대기업의 양산 적용까지 기대할 수 있다.
소자(패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장비·재료 산업을 발전시킨 책임과 열쇠는 상당부분 소자·패널업체가 쥐고 있다”며 “국내 기술 중소기업의 베타장비를 양산용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것도, 그 수혜를 입을 수 있는 것도 대기업”이라고 말했다.
장비업계 한 CEO는 “일부 수직계열화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이미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구조가 그렇게 굳어진 만큼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며 “국내에는 시제품 수준의 장비를 개발해 놓고도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해 사장되는 기업이 상당수에 이르기 때문에 국내 장비기반을 두텁게 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평가팹과 관련해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유관 협회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효과적인 운영방안과 참여의지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수혜자인 중소 장비·재료업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