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결합상품 법제화 향배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통부가 하반기를 목표로 결합상품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제도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정통부 관계자는 6일 “시기를 못박을 수 없지만, 시장 변화를 고려할 때 법제도 정비 필요성은 제기되고 있다”며 “시장 지배사업자도 신규 서비스를 포함한 결합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 역시 정통부의 이런 의지에 맞춰 결합상품의 허용 및 법제화에 대한 자사 견해를 적극 표명하고 있다. 결합상품 법제화는 무엇보다 지배사업자에 대한 규제완화, 기업 간 또는 역무 간 넘어서는 복합상품 출현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수평적’ 형태의 규제 정책 도입을 가름하는 바로미터로 주목받고 있다.
◇법제화의 의미 =통신 결합상품 법제화는 우선 결합상품을 제도적으로 명문화한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결합상품에 대한 별도 고시가 없다. 지난 2000년, 기간사업자들이 각사의 역무를 넘는 결합판매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공정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요인을 판단해야한다는 내용으로 제도가 일부 개선됐지만, 결합상품에 대한 개별 법(령)이나 고시는 마련되지 않았다. ‘결합상품은 규제를 거론하기 전에 호적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업계의 지적은 이런 현실을 대변하는 말이다. 따라서 결합상품 법제화는 결합상품을 하나의 독립상품으로 인정하게 된다는 의미다.
◇지배사업자 규제 완화 가능성=결합상품 법제화의 또 큰 의미는 지배사업자에 대한 규제 조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있다. 외국의 경우 이미 지배사업자의 결합상품에 대한 규제를 사후 규제로 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나 SK텔레콤 등은 결합상품 법제화 의미에 대해 “당장 새로운 영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점 보다는 규제 완화 측면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해석한다.
◇SO·TPS 수용 여부=결합상품 법제화는 비단 통신사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간통신사업자로 편입되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및 최근 인터넷전화(VoIP) 사업을 허가받은 KCT처럼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가 가능해진 조건에서 이에 대한 규제 정책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결합상품은 ‘각기 독립된 상품으로도 제공하는 조건’을 갖춰야 한다. 즉 개별 상품으로 판매하지 않고 결합상품만으로 제공할 때는 일명 ‘끼워팔기’로 이는 불법이다. SO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역시 끼워팔기 논란이 일 수 있다. TPS 역시 현행법에서는 상품을 규정할 수 없다. 결합상품은 물론 역무를 넘는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의 결합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정통부의 결합상품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마련 시도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기간 역무로 편입되는 SO나 TPS 출현이 현실로 한발 더 다가선 상황에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