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을 중심으로 차세대 시스템과 ‘IT아웃소싱(ITO)’이 정보화 시장의 키워드로 부상한 가운데 이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과 국내 대형 IT서비스(SI) 업체들간 움직임이 대조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IBM·한국HP 등은 ITO를 전략적 목표시장으로 설정하고 조직·역량 강화와 신수요 발굴 등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삼성SDS·LG CNS 등 대표적인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관련 조직을 축소, 자칫 다가올 ITO 전성시대를 손놓고 지켜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ITO 도입 잇따라=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ITO 시장은 금융권을 중심으로 1조880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ITO 시장은 위탁 시스템관리(SM) 수준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도입됐거나 검토중인 수요는 데이터센터·애플리케이션·교육 등을 아우르며 대형화·토털화 경향을 띠고 있다.
지난달 빅3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교보생명이 한국IBM과 금융권 최대규모의 토털ITO 계약을 체결, 시장의 화두로 올라섰고 우리은행도 ITO를 추진중이다. 이 밖에도 시중은행과 보험·증권 등 금융회사의 상당수가 향후 2∼3년 내 ITO 도입을 검토중이다.
◇고삐 죄는 글로벌 기업=지난 2년여 동안 시장 가능성 타진과 기회발굴에 나섰던 한국IBM과 한국HP 등은 올해 금융권 대형 수요와 제조 분야 중소형 ITO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ITO 영업을 위해 상무급 임원 3명을 전진배치한 한국IBM은 부분적 아웃소싱을 포함, 그동안 교보생명·알리안츠생명·대한항공·태평양 등 100여개 ITO 고객을 확보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인천경제자유구역 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교보생명 계약이 성사되면서 금융권 ITO 시장의 새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한국HP도 금융권 대형수요와 함께 중소형 전산실을 보유한 제조업 등 신규 수요 발굴에 적극적이다. 이미 신영증권·교원나라 등을 고객사로 확보한 한국HP는 특히 20∼30명 수준의 전산실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전산실 인수를 포함한 토털 아웃소싱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또 IT컨설팅 업체 액센츄어도 최근 제일FDS 인수실패 이후 ITO 시장을 겨냥한 후속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주춤한 국내 업체들=글로벌 기업의 이 같은 행보와 달리 국내 대형 IT서비스 업체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별도의 ITO사업부 체제를 가동했던 삼성SDS는 2팀으로 구성됐던 사업부를 1팀제로 줄인 뒤 올 들어 ITO사업단으로 조직 수준을 한 단계 낮췄다. LG CNS도 지난해까지 별도 사업부를 가동하다 올해 각 산업부문을 뒷받침하는 지원부문으로 관련조직을 변경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ITO 프로젝트들이 다양한 시장요인 때문에 추진여부가 불투명, 장기적 영업전략이 필요한 데다 리스크, 수익성 등의 부담으로 국내 업체들의 과감한 영업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그룹 관계사 중심의 제한적 아웃소싱에 안주하지 말고, 그동안 축적한 노하우를 무기로 중장기 관점의 전략적 투자와 영업에 나서 ITO 시장이 글로벌기업만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