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는 잠재성이 높은 분야입니다. SW산업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요?”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회사 요즈마그룹의 이갈 에르릭 사장은 SW업체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당연한 일을 왜 궁금해 하느냐’는 식으로 반문했다. 에르릭 사장은 “이스라엘뿐 아니라 SW강국으로 떠오르는 인도도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즈마그룹은 전체 투자액 중 20% 이상을 SW업체에 투자한다. 요즈마그룹뿐 아니라 이스라엘 벤처캐피털 업계 전체가 SW를 ‘우대’한다. 실제 이스라엘 벤처 전체 투자액 중 SW 부문은 통신 분야에 이어 30%대를 유지하며 SW강국의 기반을 형성한다.
이 같은 이스라엘의 상황에 작은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몸부림을 쳐야 하는 국내 상황이 겹치자 마음이 무거워진다.
며칠 전에 만났던 국내 SW기업의 한 사장은 “투자자에게 SW산업은 아직도 굴뚝 산업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면서 “갈수록 SW산업에 대한 투자가 줄어 사업 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의 하소연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국내 금융권에서 SW산업은 소위 ‘신용불량’ 업체로 낙인찍혔다. PC 몇 대 가져다 놓고 기술력이 있다고 강조해 본들 이를 믿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할 금융권이 없다는 얘기다.
“차라리 제조업은 눈에 보이는 공장과 물건이라도 있지만 인력집약형인 SW산업은 내놓을 담보조차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를 대변하듯 국내 벤처캐피털 업계의 SW 투자 비중도 줄어든 채 회복될 기미가 쉽사리 보이지 않는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IT 투자비중 가운데 SW에 대한 투자가 2000년 36.5%에서 2004년 43.5%로 높아져 미국이 SW강국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물론 투자를 통해 수익을 올려야 하는 금융권과 투자업체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SW산업을 현실적인 잣대로만 평가하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력을 담보삼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이스라엘이 SW강국의 명성을 얻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텔아비브=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