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사무실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현 박광식 회장의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충돌해 고성과 함께 격렬한 몸싸움이 오고 간 것이다. 두 세력의 싸움은 회장 반대세력이 협회 사무실을 장악함으로써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대전에서 열린 협회 총회로 거슬러올라간다. 총회에서 회장 반대세력은 ‘박 회장이 회원의 목소리를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해임안을 상정, 투표에 참여한 135명 대의원 중 131명 찬성으로 이 안을 통과시켰다.
이 같은 전격적인 해임결의는 박 회장이 총회 연기를 선언하고 일부 대의원과 함께 퇴장하자마자 곧바로 벌어진 것이다. 박 회장이 총회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반대파가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총회 진행을 방해했다는 것.
반대파가 이 의결이 유효하다며 김진우 수석 부회장을 회장 권한대행으로 선임하고 5일 협회 사무실 장악에 나서자 소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회장 측은 “전 회장을 지지하는 세력이 꾸민 쿠데타”라며 “대의원 310명이 총회에 참석했지만 반수가 안되는 135명만 투표에 참가했기에 무효”라며 해임결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광경을 보는 PC방 업주의 마음은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서 안타깝기 그지없을 것이다. 한때 PC방은 IMF로 무너졌던 경제를 일으켜 세우고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확산 기반을 제공한 주인공으로 대접받았다.
그러나 최근 일부 PC방이 도박장으로 변하면서 여론의 비난을 받아 청소년 유해업소로까지 치부되고 있다. 또 하룻밤 지나면 하나씩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PC방으로 인해 업소끼리 치열한 제살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하루빨리 PC방이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정책적인 대안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국이 이러한데도 길잡이가 돼야 할 집행부는 내분으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협회 내부 시각으로는 정식 총회에서 회장 해임을 결의할 정도의 사안이 있을 수도 있다. 박 회장 측 역시 그 나름대로 논리와 의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협회의 이번 사태를 곱게 보는 외부 시각은 많지 않은 듯하다. 창립 이래 최악의 사태라고 할만큼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협회의 현실이 안타깝다.
◆디지털문화부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