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3일 새벽4시. 전국민의 눈이 독일 월드컵 한국과 토고전에 쏠렸다. 종로구에 사는 A씨도 일찌감치 일어나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까지 선명한 HDTV로 시청하니 마치 경기장에 있는 듯 실감난다. 드디어 기대하던 첫 골이 터졌다. 데이터방송을 통해 첫 골을 기록한 선수의 프로필을 검색해본다. 전반전이 끝나고 휴식시간. TV에서는 시청 앞 광장의 모습을 비춰준다. 새벽임에도 붉은악마들이 가득하다. A씨는 한국의 승리를 시청앞 광장에서 함께 느끼고 싶어졌다. 얼른 나갈 준비를 한다. DMB폰은 필수다. 가는 동안 펼쳐지는 경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방송이 변하고 있다=디지털방송은 방송서비스 형태를 단순시청형에서 정보선택형, 정보맞춤형으로 바꿔 놓았다. 향후에는 시청자가 방송의 제작과 전송에 직접 참여하는 정보창조형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TV가 바보상자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됐다. 디지털시대의 방송은 양방향데이터방송을 통해 시청자의 능동적인 참여를 요구한다. 주문형비디오(VOD), T커머스, 문자메시지, 게임, TV뱅킹, TV증권 등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다양하다. 디지털케이블TV를 이용하던 초기 시청자 중에는 너무 어렵다는 반응도 속속 나올 정도다. 컴맹에 이어 TV맹이라는 말이 생겨날 수도 있다.
◇방송 시스템의 진화=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의 시작과 더불어 방송기술 분야도 다양한 IT기술이 융합하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방송제작 프로세스의 혁신이 시작됐다. 제작, 송출, 전송 등 방송 각 분야의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방송 영상은 아날로그 카메라로 촬영해 비디오 테이프를 녹화하는 방식이다. 이 테이프를 리니어 편집기를 통해 편집하고 이를 다시 테이프로 녹화한다. 완성된 영상은 테이프를 주조종실로 옮겨 송출했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모든 과정이 하나의 프로세스를 통해 이뤄지는 네트워크 기반 제작시스템(NPS)이 가능하게 됐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네트워크를 통해 바로 중앙서버로 보내진다. 서버에서 영상 파일을 불러와 편집하고, 완성된 프로그램은 자동송출시스템(APC)을 통해 방송된다. 방송 후에는 아카이브 시스템에 저장해 놓고 언제든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방송에 IT기술이 접목된 네트워크시스템이 사용되면서 중앙 집중적인 관리, 제작 효율 극대화를 할 수 있는 디지털 프로덕션 시스템에 대한 솔루션 개발이 활발하다.
◇다매체, 다채널 시대=방송기술의 발달은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도 가져왔다. 디지털케이블과 디지털위성방송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하는 IPTV 기술도 속속 상용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상용방송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 휴대이동방송도 등장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위성DMB 상용화, 12월 지상파DMB 상용화에 잇따라 성공했다. 지상파DMB는 중국, 독일 등에서 속속 휴대이동방송 규격으로 채택하고 있다. DMB뿐 아니라 노키아가 주도하고 있는 DVB-H와 퀄컴이 개발하고 있는 미디어플로도 상용화 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 플랫폼의 다양화와 디지털화에 따른 전송효율 증대로 채널수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지상파 채널이 전부였지만, 이제는 수백개의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채널 수 증가 뿐만 아니라 VOD를 통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청자의 선택권이 엄청나게 확대됐다.
◇한발 빠른 기술개발=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브로드밴드 환경을 갖춘 IT강국이다. 또 세계 최초로 지상파DMB의 상용화를 실현했으며, 지상파방송에서의 데이터방송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한 발 앞서 있는 디지털방송 기술은 국내외적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방송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해 아날로그방송기술에서는 뒤처져 있었지만, 디지털분야에서는 강국으로 거듭나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디지털프로덕션시스템, 방송 영상 아카이브, 네트워크 NLE, 양방향방송 관련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국내 수입대체는 물론 해외 진출까지 노린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양방향방송 미들웨어를 개발한 알티캐스트(대표 지승림)는 유럽과 미주시장에 진출해 성가를 높이고 있으며, 지상파방송용 미들웨어(ACAP)를 개발한 에어코드(대표 오영식)도 멕시코 등 미국식(ATSC) 디지털방송 규격을 채택한 국가의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신개념 방송기술
◇휴대이동방송=우리나라는 지상파DMB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했다. 외국에서도 DMB를 도입하는 국가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DMB에서 단순히 비디오와 오디오 신호를 전송하는 것을 넘어 양방향 방송도 개발중이다.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와 지상파DMB가 결합한 서비스가 한 예다. 본격적인 DMB용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위해 미들웨어를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표준화를 검토하고 있다.
3차원 지상파DMB도 등장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독일 월드컵 기간 중 독일에서 3D DMB를 시연할 계획이다.
◇3차원(3D) TV=외국은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입체 영상을 위한 연구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일본은 3D TV 방송기술연구가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영상획득·저장·압축전송·복원기술 등 핵심기술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03년부터 샤프 주도의 3D 컨소시엄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으며, 유럽도 지난 2004년에 터키 대학 주도의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이들 컨소시엄은 3D 영상산업 분야의 표준화 활동과 기술개발에 나서며 세계시장을 주도해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학계, 중소기업들이 3D 방송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3D 방송을 위해서는 3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입체영상 카메라와 이를 보여주는 3D 디스플레이 등이 필요하다. 카메라는 기반 기술에 따라 양안식·다안식·홀로그래피 등으로 나뉘며, 디스플레이는 안경식과 무안경식으로 분류된다.
◇실감형 방송=향후 방송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는 단순 미디어에서 복합미디어로, 기능 중심에서 이성 및 감성 중심으로, 2차원 공간에서 3차원 공간으로 발전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오감 중 시각과 청각은 이미 기술 개발이 어느 정도 이루어 졌지만 기반 기술이 없는 촉각, 후각, 미각 분야는 기초 연구부터 시작돼 초기단계의 디지털화 기술이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방송서비스도 디지털화를 기본으로 지능형, 개인형, 실감형을 거쳐 극사실형으로의 발전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시각객체화, 콘텐츠요소통합기술 등에서 선진국과 2년 이상의 기술력 차이가 있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디지털프로덕션시스템(DPS)=디지털 영상이 본격적으로 방송에 도입되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서비스되기 시작하면서 신속하고 효율적인 제작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졌다. 또 전통적인 제작 환경은 특정 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져야 하나, 최근에는 제작환경이 유동적이고 어디서나 제작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방송영상의 가용성을 높이고 작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 기술과 IT기술을 접목해 적은 비용으로 제작을 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아날로그 제작 과정을 거치면서 일어나는 영상의 열화로 품질이 변하는 단점도 제작환경의 디지털화로 극복할 수 있게 됐다. 핵심기술로는 △DPS 통합미디어 미들웨어 △방송영상 아카이브 △네트워크 NLE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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