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삼성전자 ‘지펠’이 선보인 지 10년이다. ‘지펠’ 양문형 냉장고는 GE·월풀 등 외국 메이저 업체로부터 한국시장을 지키는 발판이자, 주방 거실문화의 프리미엄화를 주도한 첨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럽 점유율 4년 연속 1위에, 판매 누적대수 500만대라는 진기록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2007년 세계 프리미엄 냉장고 시장에서 1위를 하겠다는 비전을 최근 발표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LG전자도 2006년형 디오스 냉장고를 선보이며 2010년 세계 냉장고 시장 1위 제패 의지를 피력했다. 디오스 역시 세계적으로 차세대 압축기 개발 경쟁에 불을 지핀 제품이다.
이렇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생활가전 곳곳에서 부딪히며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내세우는 전략과 기술도 제각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모전으로 치달을까 우려된다”면서도 “자체 개발한 기술이 세계 가전산업을 움직이는 경쟁력임은 분명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독립냉각방식 vs. 리니어 컴프레서=냉장고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핵심 기술은 각각 독립냉각과 리니어 컴프레서(압축기) 방식으로 구분된다.
독립냉각방식은 냉각기가 냉장실과 냉동실에 각각 설치, 운영되는 것으로 냉장실 습도가 냉동실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준다. 덕분에 식품을 신선하게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또 냄새섞임을 방지해 냉장실 반찬냄새 등이 냉동실로 옮겨가지 않는다는 것이 삼성측 주장이다. 이 방식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GE·월풀 등 몇개사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피해 유사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달리 LG전자가 내세우는 방식은 리니어 컴프레서. 모터 자체가 직선운동을 하는 리니어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에너지 손실이 없고, 소음도 줄일 수 있어 마쓰시타·일렉트로룩스·엠브라코 등도 이를 차세대 핵심기술로 개발중일 정도다.
◇은나노 vs. 스팀=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팽팽히 맞서는 분야가 세탁기다. 국내에서는 이미 소비자보호원에서도 성능을 검증받았지만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세탁기의 핵심기술은 뭐니뭐니 해도 ‘은나노’다. 은을 나노(10억분의 1) 입자로 분해해 물에 녹이는 기술을 세탁기에 적용한 것으로 물에 녹은 은 입자가 옷감에 침투, 옷감에 잔존한 세균을 99.99%까지 살균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공기만으로도 세균과 냄새를 제거할 수 있는 컨버터블 에어시스템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의 대항마는 스팀과 직접 구동(다이렉트 드라이브) 기술. 40분간 연속으로 스팀을 분사하고, 스팀 분출량이 많은 대용량 스팀 전용발생기를 사용해 세탁력이 우수하다는 것이 LG 측 주장이다. 여기에 모터가 세탁통에 직접 연결돼 모터의 힘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세탁통 진동을 제어하고 외형은 유지하면서도 속 크기를 키울 수 있다. 또 LG에 따르면 연결 부품이 마모되는 것도 방지해 제품 신뢰성을 높였다.
◇TCS vs. TPS=최소 전기료로 최적의 냉방력을 내는 냉동기술에서도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는 2개 압축기를 동시에 가동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두 압축기 중 하나만 선택해 필요한 만큼 작동시킴으로써 냉방효율을 높이는 트리플 쿨링 시스템(TCS)을 적용하고 있다. 패밀리·커플·솔로 운전이 있어 필요한 만큼 작동할 수 있으며, 5개 바람문으로 골고루 빠르게 냉방할 수 있다고 삼성 측은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LG전자는 에어컨이 작동을 시작할 때 두 압축기가 동시에 운전해 단시간에 최적의 온도로 만든 다음, 원하는 온도에 도달하면 한 대의 압축기만 운전해 전기료를 절감하는 시스템이다. 일명 트윈 파워쿨링 시스템(TPS) 압축기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