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러플린 총장의 연임계약 불발 사태 2주째를 맞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빠른 속도로 정상화를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후폭풍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9일 KAIST와 출연연에 따르면 KAIST는 사퇴서를 제출했던 모든 학과장 등 보직교수들이 정상 업무에 복귀하고 지난 식목일엔 러플린 총장과 교수진이 함께 식목행사를 하는 등 대부분의 학사 업무 및 진행 사업 등은 정상화됐다. 그러나 과기부와 과학기술계 일각 등 대외적인 시선이 곱지않은 데다 소극적이어서 사업 추진 등에 애를 먹고 있다.
일단 총장의 연임 반대를 주도했던 교수협의회 측은 가급적 언론과 접촉을 피하며 연구 분위기 조성에 몰두하는 등 자중하는 모습이다.
KAIST 고위 관계자는 “현재 사활을 걸고 있는 글로벌라이제이션 프로젝트만이라도 안정적으로 추진되어야 하는데 막상 부딪혀보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다”며 “교수진이 다시 힘을 모으는 등 온 힘을 쏟고는 있지만 차기 총장이 확정되기 전까진 KAIST-정부 및 과기계와의 관계를 완전 복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5년은 KAIST가 세계 대학 톱 10에 진입하느냐 마느냐가 결정될 ‘절묘한 상황’에 놓여 있다”며 “KAIST는 현재 ‘사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KAIST가 설립된 지 30년이 넘어 노후한 건물 등도 새로 지어야 하지만 정부 측의 시선이 싸늘해 말조차 꺼내지 못할 분위기라는 것이다.
지난 사태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 러플린 총장의 발언 여부도 후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약 정부와 KAIST에 관한 속내를 들어낼 경우 ‘핵폭탄’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친한파’로 묶어 두기 위해 특별석좌교수직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지만 공식적인 제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함께 차기 총장 논의도 수면 아래서 활발하다. 아직까지는 외국의 선진 과학기술 시스템에 익숙하면서도 학술적인 업적에 행정력을 겸비한 재외과학자 조건을 충족시키는 서남표 MIT 교수가 유력한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장관을 지낸 재계출신의 정치인도 입질에 오르고 있어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는 것이 주위의 시각이다.
총장후보 공모는 이달 17일을 전후해 공고가 나갈 예정이며, 러플린 총장 임기가 오는 7월 13일로 잡혀 있어 접수 마감을 한 달 내 완료할 계획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황우석 사태 등으로 과학기술계 전반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과기계가 기대를 걸고 있는 KAIST만이라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