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39)팹

[이은용기자의 나노 돋보기](39)팹

팹(fab : fabrication facility)은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wafer : 둥글게 생긴 반도체 중간제품)를 만드는 시설이다. 반도체 기업 중에는 제품을 설계·개발한 뒤 팹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다른 회사에 제조를 위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른바 ‘팹리스(fabless) 기업’이다. 팹이 없는 반도체 기업의 칩 제조 수요, 첨단 반도체 연구개발수요 등 대응하기 위해 제조·실험서비스에 치중하는 팹이 활성화했다.

특히 반도체 산업에 나노기술이 응용되면서 고가(高價) 첨단 실험장비의 중요성이 부각돼 ‘팹의 첨단 제조·실험 서비스 기능’이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다. 개별 반도체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다양한 고가 장비들을 모두 갖출 수 없다는 점도 팹이 활성화하는 이유다.

우리 정부도 2002년부터 국가 공동 설비로서 나노 관련 팹 조성을 본격화했다. 우선 대전광역시 한국과학기술원 내에 연건평 5448평 규모로 ‘나노종합팹센터’를 마련했다. 이 센터에 1차로 장비 140개를 갖추는데 787억원이 들었고, 오는 2011년까지 추가로 393억원을 투입하는 등 총사업비가 2900억원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10나노미터 이하 회로패턴을 만드는 ‘전자 빔 리소그라피 시스템(Electron-Beam Lithography System)’을 비롯한 나노집적공정(CMOS)을 기본구조로 하는 소자의 기술적·개념적 한계를 극복할 첨단장비들을 고루 갖췄다. 이밖에 △나노특화팹센터(수원·1656억원) △나노기술집적센터(포항·1107억원) △나노기술집적센터(전북·781억원) △나노기술집적센터(광주·783억원) 등이 올해부터 서비스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센터마다 연간 40억∼60억원대 적자를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지역 센터별 기능을 특화하기도 했으나, 빗나간 수요예측(적자운영)과 중복투자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과유불급을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