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남대학교 전자빔가속기센터의 수석연구원인 신상묵씨는 지난해 말 같은 대학의 한도흥 교수(화공과)에게서 전자빔 경화기술을 이전받았다.
신씨는 이를 산업용 섬유나 메탈의 코팅 기술에 응용한다면 사업화가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 곧바로 경북테크노파크 내에 에바켐이라는 업체를 창업했다. 판단은 적중했다. 우선 기술이전계약을 하고 사업성을 검증해보기 위해 원단 및 메탈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전자빔 경화기술을 적용한 결과 기존 UV경화나 열경화에 비해 경화속도가 빠르고 생산비도 30% 이상 절감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장 테스트에 참여한 업체들은 초기 투자비가 들더라도 전자빔 설비를 구축, 본격 생산을 위한 기술개발에 나서겠다고 아우성이다. 에바켐에는 이 소문을 들은 관련업체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에바켐은 올해 안에 직물코팅과 카드분야 20여 개사와 전자빔 컨설팅 및 기술개발 계약을 하는 등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경화기술뿐만 아니라 전자빔과 관련된 다양한 응용기술을 개발해 이 기술이 필요한 다른 기업에 되파는 기술이전의 허브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이전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단순 이전이 아닌 기술을 개발한 연구개발자의 지속적인 지원과 거술거래를 담당한 경북테크노파크 기술이전센터(RTTC)의 수요발굴, 가치평가 및 마케팅이 적절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술이전을 위한 RTTC의 역할=경북기술이전센터를 비롯한 전국의 RTTC가 기술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 사업화가 가능한 기술을 발굴하고 실제로 제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술 허브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술이전은 그동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일부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자체적으로 기술이전에 대한 시스템을 갖춰 진행해온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대학과 연구소, 기업들은 거술거래를 위한 체계적인 연결고리가 없어 어려움을 겪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각 지역에 근거지를 둔 RTTC가 기술공급자와 수요자를 발굴하고 기술이전을 확산하는 전위대 역할을 할 전망이다. 물론 정부의 기술이전에 대한 명확한 기능정립이 끝나지 않아 RTTC의 역할도 아직은 한계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RTTC가 지역 기술이전 거점이 되어야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RTTC는 각 대학과 연구소의 초기 연구개발단계에 기업을 연계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버팀목 역할을 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가 풀을 운용해 개발된 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실시하고, 기술이전 마케팅을 통해 수요처를 물색할 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시 필요한 자금까지 연결해주는 기능을 수행할 방침이다.
◇경북기술이전센터의 전략=경북기술이전센터는 기술의 수요 및 공급자를 발굴하고, 기술의 평가분야도 특화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에 강점이 있는 특정 기술분야는 산업체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국내 전문가를 평가위원으로 위촉해 활용하고, 수요 및 공급자를 연결하기 위한 기술박람회와 기술마트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이미 기술을 이전받은 기업은 제품화를 위한 자금알선과 국내외 마케팅 지원으로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줄 예정이다.
현재 경북테크노파크에는 지비테크와 유비테크 등 상당수 기업이 대학과 연구소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현재 제품개발이 한창이다.
해외기술이전사업도 활발히 전개한다. 오는 6월에는 원천기술을 가진 러시아 과학원 시베리아 분소와 협약을 맺고 IT와 RFID 및 임베디드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지역업체에 이전하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단장은 “기술이전센터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원하는 기술거래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줄 수 있는 기술이전 거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3, 14일 경북지역 워크숍
산업자원부와 한국기술거래소가 주최하고 경북테크노파크 경북기술이전센터가 주관해 13일과 14일 이틀간 경주 현대호텔에서 개최하는 ‘경북지역기술이전협의회 워크숍’은 산·학·연·관 간 기술이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계 각층의 다양한 해법이 제시될 예정이다.
행사 첫날에는 △기술시장 현황 및 기술거래 실무 △지식재산권 관리의 중요성 및 사업화 △기술거래사례 및 해외기술이전 시 점검사항 △국가 첨단기술 보호강화대책에 대한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어 둘째날에는 기술이전 및 사업화 관련 패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술이전 활성화방안과 함께 각 지역 RTTC의 역할에 대해 토론을 벌인다.
박정학 변리사(서천석특허법률사무소)는 지식재산권 관리와 사업화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사례중심 지식재산의 자산화에 대해 설명하고 원천기술 뿐만 아니라 시제품 개발 및 양산화 개발단계에서 정부역할에 대해 강조할 계획이다.
변종원 기술거래사(거성 통상 대표)는 기술거래 사례 및 해외기술이전시 체크사항이라는 주제를 통해 기술거래를 사례 중심으로 조목조목 설명하고 라이선스 등 특히 해외기술거래시 유의해야할 사항에 대해 중점적으로 짚어줄 계획이다.
이밖에 정재근 국정원 담당관과 김윤종 용인대 교수도 첨단기술보호 강화대책과 기술시장 현황에 대해 각각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종합 토론에선 강연 참석자들이 경북지역 기술이전 및 사업화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춰 토론이 펼쳐진다. 특히 산·학·연·관이 지역기술이전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해야할지를 심도있게 논의하고, 경북지역기술이전협의회 운영에 대한 정책도 제시할 계획이다.
송민석 경북기술이전센터 팀장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지역 기술이전 및 사업화의 기반을 구축하고 기술이전에 대한 마케팅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의 (053) 819-3057
◆기고:특허, 이제 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손영복 기술거래소 사장 ybsohn@kttc.or.kr
뉴밀레니엄의 전환을 앞두고 우리는 새로운 천년이 지식정보화 사회로의 본격적 진입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흔히 ‘제3의 물결’이나 ‘권력이동’이라는 저서를 통해 인식하게 된 고도 지식정보화사회가 이제 우리 눈앞에 다가왔다.
이러한 지식·기술 중심 사회로 급격히 변화되면서 정부도 정보화 사회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IT산업육성 등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으며 과학기술정보에 대한 국가적 통합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특허분야에서도 우리나라 전체 특허등록건수가 세계 10위에 이르고, 2005년도 국제특허출원 건수도 전년 대비 33.6% 증가한 4747건으로 세계 6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성장에는 한계를 보여왔다. 주요 국제특허의 대부분을 삼성과 LG, ETRI 등 대기업과 일부 출연연구소가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벤처기업 및 일반적 출연연구소의 국제특허는 미미한 실정이다. 특히 많은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특허출원은 출연연구소에 비해 저조하며, 그나마도 KAIST·서울대·포스텍 등 일부 대학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기술거래소의 특허분석에 따르면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권리범위가 축소되거나, 자금부족으로 국제적 권리확보를 하지 못한 특허사례가 적지 않다. 게다가 정부지원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라도 산업적 파급효과나 권리화 전략 없이 출원된 특허가 많아 지적자산의 관리 및 질적 향상이 절실함을 느낀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지적자산의 질적 향상 및 전략적 접근을 위해서는 우선 대학 및 출연연구소 등에서 출원되는 특허에 대해서는 원천특허·개량특허·응용특허 등 특허의 질적 수준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해 차별적 권리확보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원천특허는 권리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수립, 특허출원, 해외출원 등 포괄적 권리화 지원이 필요하고 우수특허를 개발한 교수 및 연구자에 대해선 ISC 논문 이상의 영예와 개인별 업적평가가 반영되도록 관련규정도 개정돼야 할 것이다.
둘째, 중소벤처기업이 출원한 특허 중에서 국가경쟁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천특허에 대해선 정부가 권리확보뿐만 아니라 사업화 및 특허 라이선스까지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현재 국내외에 대학 및 출연연구소,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기술사업화 지원기관 등의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확대 및 정보제공을 통해 지적자산의 질적 향상을 위한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지식산업사회에서는 산업별 시장지배력, 기술사업화 환경, 지식자산의 창출역량 등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특허로 보호되고 권리화된 지적자산은 경쟁기업 및 경쟁국가의 시장진입을 방해하는 강력한 산업장벽으로 활용될 것이다.
우리 한국기술거래소도 우수한 기술을 발굴 및 검증하고, 기술거래를 통해 사업화를 촉진하며, 기술과 금융이 더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하고 효과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특허의 질적 향상과 고부가가치화에 앞장설 것이다.
대구=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