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기동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면서 전선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중반부터 치솟기 시작한 전기동 가격이 지난해 10월 사상 처음으로 4000달러 선을 넘은 데 이어 올해 초 5000달러를 다시 돌파했으며 계속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11일 현재 국제 전기동 가격은 5828달러로, 관련 업계가 지난해 말까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5000달러에서 1000달러가량 뛰어넘은 6000달러 선에 근접한 것이다. 이는 지난 1년 새 두 배 이상 폭등한 수치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업계는 전기동 값 상승에 맞춰 지속적으로 전선 가격을 인상시켰으며 대량 물량은 통상 6개월 이전부터 확보하고 있어 당장 가격 상승에 따른 타격은 없었으나 실질적인 영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넥상스코리아 여혜란 부장은 “일부에서는 ‘전선없어 아파트 못 짓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물량 공급에 어려움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특히, 업계 전체적으로 올 1분기 전기동 값 상승에 맞춰 일부 전선 가격을 올린 영향으로 전체 매출은 증가하지만 원자재 가격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 탓에 당기순이익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전선 업계는 물량 확보에 나서는 한편 채산성 악화를 줄이기 위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견적 유효기간을 최대한 짧게 유지하고 판매가격이 확정된 수주 건은 곧바로 선물로 운용하는 등 가격 보전에 집중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다.
LS전선 관계자는 “전기동 값 폭등은 유가 상승과 비슷한 원자재 대란”이라며 “유가나 환율 하락 때 각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었던 것처럼 지금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계열사인 LS니꼬동재련을 통해 공급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어 상황은 타 기업에 비해 다소 유리한 상태지만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위기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또, 가격 상승으로 인해 도난이나 사기, 부도 등의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아래 재고나 운송, 거래선 관리에 나섰다.
대한전선도 원자재 상승에 맞춰 가격을 변동하고 있고 건설·선박·자동차 등 대량 수요가 지속되면서 전체적인 영향은 미비하지만 전기동 가격이 6000달러 선을 넘어서면 실질적인 압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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