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코리아 브랜드의 허상

강병준

 루마니아는 우리에게 썩 낯익은 나라가 아니다. 기껏해야 동유럽 국가며 한때 세계적인 체조선수였던 코마네치 정도를 떠올린다. 독재자 차우셰스쿠나 드라큘라 백작의 고향이라는 사실도 관심 있는 사람을 빼고는 알기 힘들 정도로 한참 먼 나라다. 실제도 그렇다. 루마니아 거주민은 외교관·주재원·유학생을 모두 합쳐 봐야 250명을 넘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 그쳐 교역이나 수출 국가로도 관심 밖이다.

 하지만 의외로 루마니아에서 우리나라 이미지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루마니아 국제공항에서 수도인 부쿠레슈티 시내로 진입하는 공항 대로 가로변에는 LG 휴대폰 광고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시내 곳곳에는 삼성 휴대폰, 기아자동차의 대형 간판 광고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대우자동차도 자주 눈에 띈다. 현지인에 따르면 삼성 휴대폰은 유수 브랜드를 제치고 전체 루마니아에서 시장 점유율 1위 제품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LG는 이들에게 자국 기업을 포함해 어떤 글로벌 기업 못지않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자연스럽게 ‘코리아’ 이미지도 높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만의 착각이다. 루마니아에서 코리아에 대한 질문을 한 사람이 무안할 정도로 아는 현지인이 드물다. 북한과 남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도 태반이다. 실제 현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이 기업인이고 지식인층이지만 코리아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관심도 없다.

 반면 삼성·LG·현대 등을 거론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들 기업의 본사가 코리아에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 놀라는 눈치다. 한마디로 루마니아에서는 기업 브랜드는 있지만 코리아 브랜드는 없는 것이다. 세계 오지에 가더라도 알아주는 글로벌 기업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자부심을 가지면서도 무언가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브랜드라는 모호한 개념에 집착해 굳이 이를 비교하면서 따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비록 루마니아 사례지만 국가와 기업 브랜드의 지나친 인식 격차는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가와 기업은 두 다리와 같다. 두 다리가 균형을 잡아야 그 만큼 걷는 속도도 빨라진다.

◆부쿠레슈티=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