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파워 ON](4)지방 로봇산업의 현주소④포항,안산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조감도
포항지능로봇연구소 조감도

 우수한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능로봇의 핵심요소 기술을 확보해 산업화를 이끌어낸다. 포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지역 지능로봇산업의 핵심과제다. 지역의 지능로봇산업은 포항지역의 막강한 R&D 파워에 구미의 IT, 대구의 메카트로닉스, 울진의 해양바이오, 울산의 자동차산업 등 지능로봇을 구성하는 핵심 연관산업이 발달해 있다. 반면 전문 로봇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따라서 대구경북의 전략도 로봇산업의 기반이 됐던 산업용 로봇을 IT·BT·NT 등 최첨단 기술이 접목된 지능로봇으로 전환하고, 지역에 로봇 전문업체를 발굴 및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말 R&D 중심대학인 포스텍에서 기공식을 가진 포항지능로봇연구소(소장 염영일)는 이런 시각에서 지역 지능로봇산업의 발판이자 향후 포항·대구·구미·울산을 연결하는 지능로봇산업클러스터 조성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포항지능로봇연구소의 역할과 연구분야=지난 2004년부터 오는 2009년까지 6년간 총 사업비 480억원이 투입되는 이 연구소는 포항지역의 우수한 R&D 인력을 기반으로 로봇분야의 집중적인 연구를 통해 지능로봇의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인근에 포진한 박사급 인력만 4400여명에 이른다.

 연구소는 이 같은 R&D 인프라를 토대로 지역의 전통적인 메카트로닉스 및 산업용 로봇업체를 고부가가치형 지능로봇산업으로 전환하도록 중점지원할 계획이다.

 연구분야도 오는 2010년까지 초기 원천연구에서 시작해 상용화 적용연구, 제품개발연구에 이르는 장기적인 계획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더욱이 바다를 낀 도시라는 강점을 살려 울진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과 협력해 해양자원 연구개발 및 산업화에 필요한 해양로봇개발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3월에 준공될 포항지능로봇연구소에는 해저로봇실험용 수조도 갖춰진다.

 ◇로봇 문화의 대중화도 함께=1999년부터 개최된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는 현재 국내 최대 로봇대회로 자리잡았다. 이 대회는 그동안 지역 대학의 지능로봇 연구개발을 촉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로봇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도 기여했다.

 그동안 400여개 팀이 참가했으며, 전시기간에는 총 65만여명이 관람했다. 산업화에 대한 기여도와 로봇문화의 대중화로 볼 때 국내 최대 로봇대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완균 한국지능로봇경진대회 운영위원장(포스텍 교수)은 “단순 로봇대회가 아닌 국가적인 과제를 해결하고 산업화를 앞당기는 차원에서 대회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능로봇을 산업화할 전문업체를 육성하는 것이 선결과제다. 지역에는 현재 교육용 로봇과 홈케어 로봇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다진로봇을 제외한 대다수 업체가 메카트로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산업용 로봇분야에는 유진엠에스, 대신로보트 등 10여개 업체가 있지만 대부분 포스코의 협력업체다.

 오옥균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부장은 “전문 로봇업체 발굴이 연구소 역할 중 하나”라며 “지역의 메카트로닉스 업체 상당수가 지능로봇분야 진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안산 로봇산업 정책

 안산은 로봇종합지원센터와 지능로봇사업단을 중심축으로 지능형로봇산업 기반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기계공학·전자전기공학·IT의 융합산업인 로봇산업을 통해 배후산업단지인 시화·안산공단 기술고도화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청사진이다. 센터는 경기테크노파크에 지난 2004년 구축됐다. 사업계획은 2009년 완료된다. 안산시는 예산 20억원을 투입해 산업자원부(100억원), 경기도(10억원)와 공동펀드를 만들어 이를 지원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파일럿 플랜트와 로봇하우스를 구축, 운영이 있다. 또 센터와 생산기술연구원의 자원을 활용, 로봇기술을 개발해 민간에 이양하는 역할로 업체 위주의 산업기반 마련에 나선다. 웹기반 기술·인력·장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운용해 기술개발사업 결과 이전과 사업화를 촉진키로 했다. 지적재산권(IP)의 체계적 관리와 유통시스템 운용지원책도 마련했다. 로봇 지적재산권을 모아놓고 꺼내 쓰는 CRIP(Common Robot IP)은행 운영계획도 세웠다. 또 로봇전시관, 체험관을 운영해 인프라를 다진다.

올해엔 지능형로봇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로봇용 소프트웨어(SW)와 임베디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2단계 기반조성사업을 시작한다. 기반조성 차원에서 스마트 로봇환경 시범시설을 구축하고 기술개발 사업 평가지원을 위한 장비 및 체계 구축, 기술세미나 개최 및 교재발간, 로봇체험관 구축을 주요 사업으로 꼽았다. 또 로봇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미래형 가정에서 서비스로봇을 시험 이용하는 테스트베드도 구축된다.

올해부터는 2차연도 사업으로 SW와 임베디드 SW 분야에 첫발을 뗀다. 테스트베드는 로봇용 SW와 임베디드 구축을 위해 5∼10 가구가 마련된다. 또 올해 로봇플랫폼 기술확립과 지능형 로봇인증평가 시스템 구축, 국제기술협력과 기업연계지원, 아마추어·전문가·기업협의체를 연계한 기술교류 활동지원도 강조된다.

기술개발·제품화·사업화 지원에 이르는 종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이 기간에 리스크를 50% 이상 단축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안산시 관계자는 “안산은 전국 최적의 기술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할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로봇산업은 전후방 산업에 파급효과가 크므로 반월·시화공단에 지역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안산 로봇산업을 이끄는 사람들

대구경북에는 포항지능로봇연구소를 중심으로 관련 교수들이 로봇기술 산업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우중공업과 현대중공업 등에서 로봇 개발기술 자문을 역임했던 오세영 포스텍 교수는 청소·서비스 로봇 상용화에 필수적인 원천기술과 학습기능의 신경컴퓨터를 이용, 로봇지능을 구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석규 영남대 교수도 이동로봇의 권위자로 명성이 높다. 이 교수는 학내에서 지능로봇연구센터를 2년 동안 운영해오면서 네트워크 기반 로봇, 자율이동 낙하산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대구지역 로봇산업화와 로봇교육을 통한 대중화에도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강정근 다진로봇 대표를 꼽을 수 있다. 강 사장은 그동안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사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지능로봇을 상용화하는 등 지역 지능로봇산업의 선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서울로봇고등학교의 로봇특성화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강 사장은 특히 지역 로봇인재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외 산업용 로봇분야에는 은종욱 유진엠에스 대표가 로봇산업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정완균 포스텍 교수 등도 지능로봇분야에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산에는 차세대성장동력 지능형로봇 사업을 주도하는 지능형로봇사업단이 거점을 마련하고 있다. 이호길 단장은 성장동력 사업인 지능형 로봇사업의 개발과제와 산업기반조성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장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로봇기술본부장도 함께 맡으며 지능형 로봇정책의 중추역할을 맡고 있다. 김홍석 로봇종합지원센터장은 지역 산업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경기·안산·부천의 산업기반 마련과 인력양성 기반 마련을 추진할 계획이다.

◆인터뷰-염영일 지능로봇연구소장

 “대구경북지역에 로봇관련 산업체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지만 앞으로 산업체 발굴을 위한 설명회와 로보틱스 포럼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입니다.”

 염영일 포항지능로봇연구소장은 “연구소가 앞으로 로봇산업체와의 상호연계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체 발굴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염 소장은 연구분야와 관련해 “서비스로봇, 해양자원 연구개발용 해양로봇, 철강로봇 및 설비검사용 로봇, 의료용 로봇 4가지 분야가 중점 연구대상”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지역 특수성을 고려해 타 지역 로봇연구소와 중복되지 않도록 특화하고 다양한 첨단 로봇을 개발해 국내 로봇기술을 선도해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지능로봇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수준이 영화나 만화의 영향으로 지나치게 높지만 사실상 기술력과 시장 규모는 걸음마 단계”라며 “시장창출을 위해 국가와 산업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항=정재훈기자@전자신문, jh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