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모바일(UM) PC’의 등장은 새로운 PC 청사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플랫폼에서 기능·성능·가격·디자인까지 모든 면에서 기존 PC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됐기 때문. 이런 배경에서 UM PC는 출시 전부터 침체한 PC 수요의 ‘구세주’로 불렸다.
UM PC가 각별한 의미를 갖는 데는 앞선 인프라 환경이 한 몫 했다.
지난해 11월 국내에서는 휴대형 지상파DMB 방송이 처음 상용화됐다. 게다가 올 6월이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서 ‘와이브로’ 기술을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김헌수 삼성전자 부사장은 “UM PC는 디지털 컨버전스와 언제 어디서나 방송·통신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차세대 단말기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차세대 단말기 시장을 놓고 PC와 휴대폰의 한판 승부가 시작됐음을 뜻한다. 관심권 밖으로 밀려난 ‘IT 단말기 대표주자’ PC가 첨단 기능과 휴대용 기기의 강점을 흡수하면서 휴대폰에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른 것.
물론 UM PC가 개인 단말기 시장의 주류로 부상한다는 시각은 아직 시기상조다. 단말기가 유비쿼터스 시대의 허브로 자리 잡으려면 휴대성·커뮤니케이션 기능·사용시간 확보 등 여러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하지만 UM PC는 아직 어느 분야에서도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무게를 ‘1kg’ 이하로 줄였지만 ‘7인치’라는 다소 애매한 크기가 휴대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통신 기능에서도 휴대폰이 한 수 위다. 사용 시간도 많이 늘어 났지만 아직 휴대폰에 비하면 떨어진다. 반면 휴대폰은 통신을 강점으로 갈수록 경쟁력을 키워 가고 있다. 휴대폰은 이미 MP3·내비게이션 등을 통합한 데 이어 초고속 이동 통신(HSDPA)·와이브로 등 초고속 서비스에 힘입어 고품질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지원할 수 있도록 단말기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종 승자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UM PC는 완성형이 아니라 이제 막 부화한 초기 모델이다. 지금의 모습만 보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성급하다. 액정 크기를 줄이고 와이브로와 같은 통신 기능을 강화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휴대폰보다 큰 액정 화면과 태블릿 방식의 입력은 휴대폰에서 불가능했던 문서 작업, 자유로운 웹 서핑이 가능해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다. 휴대폰에 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음악을 들으면서 문서 작업에 인터넷까지 즐기는 등 멀티 태스킹 기능도 뛰어나다.
게다가 인터넷폰(VoIP) 기술 발달은 저렴한 비용으로 음성 통화가 가능해 기존 통신 시장의 ‘빅뱅’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다.
이희성 인텔코리아 사장은 “두 제품 모두 나름의 강점을 가지고 있어 아직은 차세대 단말기의 승자를 전망하기는 이르다”며 “결국에는 보다 작아진 UM PC와 멀티미디어 기능을 대폭 보강한 컨버전스 휴대폰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