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IO 속속 새 얼굴로 교체…IT혁신 탄력

 2분기에 접어들면서 주요 대형 시중은행과 금융지주회사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올해 이들 IT사령탑이 추진하게 될 차세대 시스템 등 주요 IT 프로젝트와 IT 거버넌스 전략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CIO 선임은 각사와 소속 금융그룹의 IT전략은 물론이고 올해 추진될 IT 프로젝트와 시장 수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컴퓨팅 업계의 한 해 농사를 미리 점쳐보는 가늠자가 되고 있다.

 

 ◇은행 빅4 모두 새 얼굴=우선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지난 1월 씨티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CIO를 역임한 송갑조 부행장을 전산정보그룹의 새 사령탑에 앉혔다.

 농협도 같은 달 초 20여년간 농협IT를 지키며 지난 2004년 중앙회·조합 간 IT통합을 주도했던 김광옥 전 전북 고창 지회장을 새롭게 전산정보분사장에 선임했다.

 지난해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한 하나금융그룹은 지난달 말 하나은행의 CIO인 조봉한 부행장보(상무)가 지주사에서 그룹 CIO를 겸직하도록 했다. 이로써 조 상무는 하나은행을 포함한 7개 자회사의 IT전략을 조율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이달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이 합쳐져 공식 출범한 통합 신한은행도 김은식 전 인사담당 부행장이 은행 CIO를 맡고, 신한은행 CIO에서 지주사로 옮긴 서진원 상무가 그룹 IT를 담당하게 됐다.

 이에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주진형 상무가 우리투자증권으로 옮겨간 후 김영굉 전무가 그룹 CIO 바톤을 이어받아, 은행 CIO를 겸하고 있는 김종식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사장과 IT전략을 조율하게 됐다.

 또 기업은행은 지난 1월 서재화 전 정보시스템부장이 IT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은 지난달 말 이준두 전 전략기획본부장을 CIO로 임명했다.

 ◇대형 IT현안 탄력 기대=대형 시중은행과 소속 지주사의 IT사령탑이 확정되면서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 IT 아웃소싱 등 굵직한 IT현안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농협은 김 분사장 취임 이후 최근 그간 준비했던 IT혁신, 비즈니스프로세스재설계(BPR), IT자회사 설립 등 대형 프로젝트를 순차적으로 발주했다. 국민은행도 외환은행 인수와 통합이라는 새 변수가 발생했지만 지난 2∼3년간 늦춰온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더는 미루기 어려운 상황인만큼 조만간 송 부행장의 추진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도 조봉한 부행장보가 그룹 CIO로 위상이 높아지면서 올해 추진할 차세대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그룹 IT거버넌스 구상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 신한은행은 오는 10월 차세대 시스템 완성을 앞두고 있는만큼 당분간 성공적인 시스템 개통에 주력한 뒤 그룹 차원의 거버넌스 수립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이미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한 우리은행은 이슈로 부상한 IT아웃소싱 도입의 타당성 검토작업에 올해 사업의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IT거버넌스 변화의 시작=최근 대형 금융회사의 CIO는 IT와 시장 트렌드에 대한 식견은 물론이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량까지 요구받고 있다. ‘혁신’과 ‘안정성’, ‘비용절감’과 ‘수익창출’이라는 다소 상반된 역할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가 되고 있는 것.

 따라서 최고경영책임자(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을 견인할 수 있는 설득력과 추진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모 은행 CIO는 “더욱이 최근 금융기관 간 통합에 따른 그룹화가 가속화되면서 IT부문의 기획·투자·관리·평가를 효율화하기 위한 ‘IT거버넌스’ 변화의 첫 단추를 꿰야 할 책무까지 부여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