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SW 잃어버린 2년](1)진흥원만의 잔치

[공개SW 잃어버린 2년](1)진흥원만의 잔치

정부가 침체에 빠진 국산 소프트웨어(SW)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04년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온 공개SW 육성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강력한 정책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개SW 시장은 활성화되지 못하고 관련 업체들은 경영난에 빠져 있다. 2년 동안 간단없이 추진돼 온 정책의 결과 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원인과 대안을 찾아본다.

 지난 2003년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을 지낸 고현진씨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 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우리나라가 IT강국으로 발전하려면 성장성 높은 공개SW를 활성화해야 한다”며 공개SW 육성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후 정부의 SW정책은 공개SW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KIPA가 공개SW 활성화를 명목으로 투입한 자금은 1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국내 공개SW 시장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인 KRG가 최근 발표한 ‘국내 리눅스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리눅스 관련 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6.4% 성장한 715억원 규모를 형성했다. 올해는 6.3% 성장한 760억원이 될 전망이다.

 이는 세계 공개SW 시장성장률은 물론이고 아시아 공개SW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크게 뒤처지는 수치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리눅스 시장은 16.6% 성장했고, 중국과 일본은 각각 34%, 37% 늘어났다.

 공개SW 업계 현실은 더 비참하다. 공개SW로 대변되는 리눅스 전문업체는 수가 줄어들어 ‘리눅스 업계’라는 말 자체가 무색할 정도다. KIPA가 공개SW 활성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당시인 2004년 6∼7개에 이르던 리눅스 배포판 전문업체 중 2년이 지난 지금 정상적인 개발과 영업활동을 진행하는 곳은 한글과컴퓨터와 리눅스원 2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한글과컴퓨터는 한·중·일 3국 리눅스업체가 참여한 ‘아시아눅스’를 통해 최근 공개SW 시장에 뛰어든 업체다.

 리눅스업체의 한 사장은 “정부의 정책대로라면 리눅스 분야에 뛰어드는 업체가 늘어나고 기존 업체도 사업규모가 커지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KIPA의 육성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리눅스 업체마저도 개점휴업 상태인 곳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정부의 공개SW 육성정책이 실제 산업계와 연결되지 못한 채 ‘KIPA만의 잔치’로 진행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리눅스업체 사장은 “공개SW 육성이 정부와 SW업계는 물론이고 서버 및 PC·운용체계(OS) 벤더 등 전 컴퓨팅업계의 공조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KIPA가 이를 간과하고 당장의 수요처만 억지로 만들어내는 데 골몰했다”며 “KIPA의 육성책이야말로 대표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일갈했다.

 애플리케이션업체 사장은 “공개SW가 활성화되려면 다른 분야 국산SW 업계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하는데 리눅스만을 지원하다 보니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지난 2000년 리눅스 육성정책이 재현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당시 SW업체들은 정부 리눅스 육성정책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거액의 투자비용만 날렸다.

 공개SW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공개SW 육성정책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업체를 살리는 정책은 전무하다”며 “업체가 다 죽어나는 판에 육성정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공개SW 육성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한번 점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김익종·윤대원기자@전자신문, ijkim·yun1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