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업체 비켜!’ 이름도 생소한 국내 신생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전문분야에서 아성을 쌓은 외국계 거인에 잇달아 도전장을 냈다. 설립된 지 1∼3년에 불과한 이들의 최대 무기는 안방시장에 맞는 맞춤 서비스와 외산업체보다 훨씬 싼 가격. 새우와 고래의 싸움을 연상케 하는 이들의 경쟁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준거 사이트만 확보하면 (국내업체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마이너들의 용틀임=지피·큐브젠소프트·넷크루즈 등 신생 소프트웨어업체는 각각 경영성과관리(CPM)·영향분석관리·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APM) 신제품을 내놓으며 용틀임을 시작했다. 이들이 진출한 곳은 외국계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지피(대표 박무완)는 15일 경영성과관리 시장을 겨냥해 ‘지피-비피에프엠’이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이 시장은 그동안 하이페리온·코그너스 같은 외산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곳이다. 국산 제품은 사실상 명함을 내밀기 힘들었다.
지피는 기존 외산 제품에 비해 레거시 데이터뿐 아니라 비정형 데이터인 자체 생성 데이터까지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박무완 지피 사장은 “국산 제품에도 CPM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겠다”며 “외산 제품보다 기능이 더 많다는 점을 강조, 상반기 내에 준거사이트를 확보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큐브젠소프트(대표 김주성)는 최근 영향분석솔루션 ‘메타플러스’를 내놓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시장은 수요가 막 형성되는 진입단계에 있는데 프랑스의 카스트AMS와 국내 업체인 아이티플러스가 주도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넷크루즈(대표 홍성각)도 올해부터 애플리케이션성능관리 도구인 ‘비쥬얼PRT’을 선보이며 시만텍·컴퓨웨어·머큐리인터랙티브 같은 글로벌 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홍성각 넷크루즈 사장은 “외산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외산 업체들이 경쟁하기 싫어한다”며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기술도 우수하다”고 강조했다.
◇가격 하락에 일조(?)=국내 업체의 영향력이 미미했던 곳에 신생업체가 잇따라 뛰어든 것은 일단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산 소프트웨어의 다변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 업체가 원활히 시장에 진입할 경우 외산 제품에 대한 수입대체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미들웨어업체 티맥스소프트와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 알티베이스 등은 관련 시장에서 수입 대체효과를 톡톡히 낸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프로젝트에서 국산 제품이 새로 출시돼 외산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진 사례가 있다”며 “국산 제품이 많아질수록 외산 제품이 턱없이 높게 가격을 올려 팔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망과 과제=틈새시장 공략이라는 측면에서 외산업체가 주류인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는 앞으로 더 많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시장에서 인지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외국계 제품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다. 외국계 제품과 초기에는 비슷한 기능을 갖고 있다가 버전 업그레이드를 못해 결국 경쟁에 처지는 국내업체가 많은 것은 이런 이유다.
준거 사이트를 확보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제품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수요처가 아직 많지 않은 까닭이다.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티맥스소프트의 이강만 상무는 “국산 제품은 시장 초기에 신뢰감을 주기 무척 어렵다”며 “하지만 연구개발(R&D)시설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에 외산 제품에 비해 언제든지 기술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준거사이트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