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해도 여러 번 변했다고 느껴질 정도다. 국내 이동통신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0년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역사는 한 편의 드라마에 가깝다. 기대 이상 급성장을 만들어낸 것은 물론이고, 신규 시장을 창출하거나 때로는 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 왔던 규제이슈와 시장구조를 뒤흔들었던 사업자 간 거대 인수합병(M&A)도 있었다. 그때마다 이동통신 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고, 불과 몇년 간극으로 ‘격세지감’을 떠올릴 만큼 변화무쌍한 경험을 했다.
10년 전 첫 CDMA 도입 당시와 비교해 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사업자 구도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1995년 PCS 사업자 선정계획을 발표할 때만 해도 재계에서 PCS 사업권은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현존하는 이동통신 3사는 물론이고 삼성·현대 등 내로라 하는 재벌 그룹이 모두 뛰어들어 사업권 경쟁을 벌였고 대부분 탈락한 채 결국 LG만이 서비스와 제조업을 겸한 주요 그룹사가 됐다.
지난 1996년 사업자 선정결과가 드러나면서 막 발아하기 시작한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당시 선발사업자인 SK텔레콤을 비롯, 역시 셀룰러 사업자인 신세기통신과 PCS 사업자인 한통프리텔·LG텔레콤·한솔엠닷컴 5개 사업자 경쟁구도. 현재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이 회사 창립 10주년인 올해에 이르러서야 겨우 누적손익분기점(BEP) 달성을 기대하는 마당에, 당시 막 출발하던 이동전화 시장에서 사업자 수 5개는 많을 수밖에 없었다. 협소한 국토에 막대한 중복투자는 불 보듯 뻔한 우려였고 또한 신규 가입자 유치를 위한 경쟁전은 출혈로 치달았던 것이다.
국내 이동통신 산업의 엄청난 전환점은 지난 2000년에 다가왔다. 이 한해 동안 선후발 사업자 간 M&A와 3세대(G) 이동통신인 IMT2000 사업자 선정, 단말기 보조금 규제 도입 등 시장구조를 재편할 굵직굵직한 이슈가 몰려 있었던 것이다. 세간의 관심이 가장 집중됐던 현안은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한통프리텔·한솔엠닷컴의 M&A다.
지금은 생소하지만 당시 신세기통신을 사들였던 SK텔레콤에는 1년 뒤까지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라는 인수조건이 달리기도 했다. 한동안 신규 가입자를 받지 않거나 자사 대리점에서 경쟁사 가입자를 유치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던 것이다. 지금의 KTF인 한통프리텔은 그해 한솔엠닷컴을 인수함으로써 이동전화 2강 굳히기에 들어갔다.
KTF가 한솔엠닷컴을 인수해 2위 사업자로 떠오르면서 국내 유무선 통신시장이 ‘KT그룹 대 SK그룹’의 양강 구도로 전환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그해 말 단행된 IMT2000 사업자 선정결과는 LG텔레콤, 나아가 LG그룹을 한동안 만년 하위에 머물게 했던 쐐기였다. 한솔엠닷컴 인수에 실패한 LG텔레콤이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에서도 탈락하면서 지난 2003년까지도 그 충격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당시 또 하나 관심사는 단말기 보조금을 처음 불법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막강한 자금력과 영업력으로 고속성장을 해왔던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는 당시 무분별한 자원낭비 해소가 가장 큰 과제였고, 역설적으로 그때부터 불법 보조금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재의 3개 이동통신사업자 구도가 굳어진 것도 업계의 구조조정과 각종 규제이슈가 쏟아졌던 그 이후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쏠림’ 현상은 날로 심화됐고, 이는 마침내 지난 2004년부터 번호이동성 시차제와 ‘010’ 번호통합 정책이 새롭게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올해 단말기 보조금 규제 완화라는 새로운 시장환경이 시작된 가운데, 이동전화 3사가 비교적 ‘사이좋게’ 경쟁하는 구도로 안착된 것도 따져보면 그리 오랜 일은 아닌 셈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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