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인정보보호 이제 시작이다

 정보통신부가 늦게나마 더욱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마련한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 정통부가 인터넷업체 대표, 공정거래위원회, 행정자치부, 경찰청 관계자와 가진 대책회의를 토대로 마련한 이번 대책은 개인정보 보호에 매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평가된다.

 특히 행청처분에 그치던 처벌 수위를 형사처벌로 강화한 것은 만연한 개인정보 유출이나 불법거래를 줄일 수 있는 조치로 환영할 만하다. 그동안 불법 스팸메일 등 개인정보 유출로 심각한 후유증과 불안감에 시달려온 국민 사이에 과태료에 불과한 행정처분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경찰 수사와 형사처벌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겠지만 불법적인 개인정보 유출과 거래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말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린 검찰청 직원을 법원이 형사처벌한 선례로 볼 때 공공기관이 아닌 사기업이라 할지라도 개인정보 불법거래 시에는 마땅히 형사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

 웹사이트에는 개인정보 노출 실태를 대대적으로 점검하고 노출된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명령키로 한 것은 개인정보 유출 예방차원에서 좋은 성과가 기대된다. 지속적인 점검과 감시로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전자정부 사이트나 각종 공기관 홈페이지에 국민의 귀중한 개인정보가 버젓이 올라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통부가 이처럼 개인정보 보호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이번 대책에서 발표된 인터넷 사업자의 주민번호 수집·보관의 제한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금은 사업자가 일정한 조건만 충족하면 누구나 주민번호를 수집·보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따라서 주민번호 수집·보관을 제한하는 일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실명인증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사업자에게 일방적으로 주민번호 수집과 보관을 제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추진중인 인터넷 실명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실명제가 개인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는 여론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실명제 자체가 개인정보를 침해할 소지도 높다. 인터넷 업체들이 사업에 피해를 줄수 있다는 생각에 실명제 자체를 기피하는 측면도 있지만 주민번호 없이 실명을 확인하기란 불가능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를 외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개인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높은 실명제를 추진하는 것은 얼핏 보기에 난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문제는 개인정보 보호가 단순히 프라이버시 보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정보사회에서는 ‘프라이버시 보호’ 못지않게 ‘정보산업 활성화와 깨끗한 인터넷’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보산업 발전이 프라이버시를 침해해서도 안되지만 개인정보 보호가 정보산업 발전을 저해해서도 안된다.

 정통부는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의지를 천명한만큼 깨끗한 인터넷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정보산업을 활성화하는 데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번호를 이용한 실명확인이라는 기존의 인증방식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하루빨리 개발돼야 한다. 인터넷 카페, 개인 간 파일 전송(P2P) 사이트는 물론이고 수십만 인터넷 사이트를 상시로 감시하겠다는 의지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이에 필요한 자금과 인력등의 지원도 함께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도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산업 활성화라는 양립하기 쉽지 않는 두 가지 명제에 정통부부터 열린 마음과 자세를 보이며 국민적 합의를 원만히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