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협력의 물꼬를 튼 사실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단정짓긴 어렵지만 양사의 협력이 좀더 깊어지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도 이와 비례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명실상부한 세계 1위의 초석=삼성과 LG는 브라운관은 물론이고 LCD와 PDP 등 모든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다. LCD는 이미 일본 업체를 따돌리고 1, 2위를 양분하고 있으며 PDP 역시 일본 마쓰시타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패널은 물론이고 이를 이용한 모니터나 TV 시장에서도 삼성과 LG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반면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외국 제품 의존도가 낮지 않다. 특히 단가가 높은 프리즘시트나 편광판 등은 외국 업체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프리즘시트는 LCD 광학 필름 중 단가가 가장 비싸다. 2005년 기준으로 세계 시장이 약 1조5000억원 규모며 이 가운데 국내 시장이 7000억원에 이른다. 편광판은 세계 시장이 무려 4조원에 이르는데 국내 시장만 해도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과 LG는 디스플레이 소재 국산화를 추진해 왔는데 그 결과가 양사의 협력으로 열매를 맺었다. LG전자가 만든 프리즘시트가 삼성전자에 공급되기 시작했고 LG화학이 개발한 편광판도 삼성전자에 다양한 모델이 들어갈 전망이다.
이는 곧바로 상당한 수입 대체 효과로 이어진다. 프리즘시트는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미국 3M이 독식하고 있으며 편광판 역시 70% 이상을 일본 닛토와 대만 옵티맥스 등이 차지하고 있다.
◇중복 제품 적어 전망 밝아=양사의 디스플레이 소재 부문 협력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수요량이 세계 최고인데다 사업을 하고 있는 분야가 거의 겹치지 않는다. 삼성과 LG는 모두 장기적인 전략으로 디스플레이 소재를 육성해 왔다.
전통적으로 화학 분야가 강한 LG는 LG화학이 편광판과 컬러레지스트를, LG마이크론이 포토마스크와 PDP 후면판을, LG전자가 프리즘시트를 만들고 있다.
삼성 역시 디스플레이 소재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제일모직이 확산판과 컬러레지스트·이방도전성필름·도광판 등을, 삼성정밀화학이 LCD고휘도필름을, 삼성코닝정밀유리가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고 있다.
결국 삼성과 LG는 디스플레이 소재 분야에서 컬러레지스트를 제외하고는 중복 제품이 없다. 따라서 양사가 먼저 진출한 제품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면 교차 구매가 충분히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의 한 사장은 “경쟁 관계에서 나오는 자존심 싸움이 걸림돌로 남아 있지만 삼성과 LG의 최고 경영진이 의지를 갖는다면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며 “품질과 수율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문제는 무엇보다 중요한 선결 과제”라고 지적했다.
장동준·한세희기자@전자신문, djjang·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