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업체들이 올해 시장전망을 잇달아 상향조정한 것은 ‘저가폰’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하고, 이에 대응할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 동안 ‘찻잔 속 태풍’으로 인식했던 저가폰이 1분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서서히 위력을 떨치면서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세계 휴대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판단, 보수적인 사업 전략을 세웠던 노키아·모토로라·삼성전자·LG전자·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시장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시장전망 수정 배경=당초 보수적이던 시장전망이 공격적으로 수정되고 있는 것은 1분기 실적과 시장상황의 반영 때문이다. 전통적 비수기인 1분기에 전세계 시장이 예상 밖으로 활황을 기록하면서 저가 시장에서 강점을 지닌 노키아·모토로라 등 주요 업체의 판매량 증가가 확실시 된다. 또 오는 7월 이후 3세대 WCDMA 등 첨단 서비스를 위한 단말기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론도 시장 확대의 또 다른 근거로 작용했다.
◇어느 지역이 신장되나=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및 교체수요가 본격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중남미·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이 1분기 시장성장에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중남미 시장규모는 지난해 1억280만대에서 1억1200만대로 확대되고, 특히 인도는 2990만대에서 4950만대 규모로 2배 가까운 성장이 기대된다.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 시장도 각각 전년도 4340만대, 2980만대에서 5020만대와 3420만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상향조정 의미=노키아의 시장확대론은 2분기 이후 저가 신흥시장에서 강력한 마케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 오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저가시장의 존재 가치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이승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휴대폰 제조사들이 당초 너무 보수적인 사업계획을 세웠다”며 “2분기 이후 저가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가 흥미롭게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체 동향=노키아는 2년 전부터 저가폰 판매에 주력해 오고 있다. 특히 노키아는 지난달 말 이머징마켓에서 판매될 54∼90달러 수준의 휴대폰 3종을 새로 출시하기도 했다. 모토로라 역시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인도에서 휴대폰을 조립·생산하면서 노키아를 위협하고 있다. 모토로라가 인도에서 생산·판매하는 C115 휴대폰은 4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저가폰 시장 공략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으나, 100달러대의 프리미엄 저가폰 개발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