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보르도’는 예약주문이 밀려 1주일은 기다려야 한다.”(백남육 삼성전자 상무)
“지난달보다 PDP와 LCD TV 판매량이 두배 이상 늘어났다.”(박시범 LG전자 상무)
디지털TV ‘월드컵 대목’이 열리고 있다.
가격 추가인하 기대감으로 TV 교체를 망설이던 대기수요가 조금씩 실구매로 전환하면서 일부 제품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품귀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 들어 주력 제품을 100만원 가까이 내리면서 가격이 ‘마지노선’까지 왔다는 인식이 급속히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가 가격인하 가능성을 타진하는 문의가 폭주, 유통가에서는 여전히 대기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월드컵이 임박해 대기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물류대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10일 새 5000대 판매 신기록=디지털TV 수요는 가격이 급락한 전략 제품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50만원 이상 인하해 선보인 LCD TV 신모델 ‘보르도’는 출시 10일 만에 5000대가 팔렸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금까지 출시한 평판TV 가운데 최단 시간에 5000대를 돌파한 진기록이다.
LG전자가 이달 들어 최고 100만원 가까이 가격을 내린 PDP TV는 지난달 대비 판매량이 115%나 수직상승했다.
전자전문 유통점에서도 평판TV 판매량은 부쩍 늘어났다.
하이마트에서는 LCD·PDP TV 매출이 지난달보다 30% 늘었고, 테크노마트 TV 매장의 판매량도 40%나 급증했다.
김경선 하이마트 대치점장은 “지난 주말 TV 매출이 황사가 심했던 둘째 주말보다 10%, 4월 첫째 주말보다는 30%나 늘어나는 등 월드컵이 가까워지면서 디지털TV 수요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LCD TV가 초반 기선제압=초반 대기수요는 PDP보다 LCD 쪽으로 약간 기울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달 들어 LCD TV 신제품을 나란히 출시하면서 ‘신제품 효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이마트 집계에서 PDP TV 매출은 이달 들어 10%가량 늘어났지만, LCD TV는 40%나 크게 증가했다. 50인치 대화면 PDP TV를 주력으로 내세운 LG전자도 이달 42인치 LCD TV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LCD TV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125%가량 급증, 115% 증가한 PDP TV 증가세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하지만 테크노마트 TV 매장당 4월 일주일 평균 판매량에서는 PDP TV가 33.5대로 LCD TV 26대를 오히려 앞서 월드컵 특수를 놓고 ‘박빙의 승부’를 예고했다.
◇생산·유통 비상체제 전환=대기수요 물꼬가 조금씩 열리면서 가전업체와 유통업체는 ‘월드컵 비상체제’로 전환중이다.
삼성전자는 ‘보르도’ 예약주문이 밀려 배송이 1주일가량 늦어지자 LCD TV 공장가동률을 이달 말까지 10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LG전자도 이달 들어 구미 PDP TV 공장 완전 가동체제에 돌입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지난 2002년에도 월드컵에 임박해 TV 주문이 폭주해 제품 배달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불만이 고조되는 등 한바탕 난리가 있었다”며 “올해에는 4년 전에 비해 디지털 평판TV 교체수요가 10배 이상 많을 것으로 보여 신속한 물류망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